등록 : 2007.06.08 20:29
수정 : 2007.06.08 21:57
농림부 공무원·출입기자 성매매 의혹 파장
청와대 넉달 뒤에야 수사지시…기자실 폐해 부각 의도등 의문
경찰이 농림부 공무원들과 일부 출입기자들의 성매매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한겨레> 6월8일치 10면)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8일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 확산=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일부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무원과 일부 기자들의 일탈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공무원이 기자들을 상대로 접대행위를 한 전형적인 권언유착”이라며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을 밝혀내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해당 농림부 공무원들과 안마시술소 관계자 등 7명을 불러 조사했다. 농림부 공무원과 출입기자 등이 지난 1월31일 밤 3차례에 걸친 저녁·술자리를 끝낸 뒤 경기 안양시 인덕원 근처의 ㅍ안마시술소에 가서 성매매를 했는지 여부가 수사 대상이다.
경찰 수사 결과, 안마시술소에 간 것으로 확인된 이들은 일간지와 인터넷언론사 소속 기자 셋과 농림부 공무원 등 모두 5명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성매매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수수사과의 한 경찰은 “일부 공무원은 안마시술소에 갔다고 진술했는데, 안마시술소 쪽 사람은 오래전 일이어서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며 “당사자들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필요해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농림부 공무원들이 ‘기자들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을 자기 위해 안마시술소에 갔고, 성매매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혐의 입증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과 기자들이 어울려 안마시술소에 몰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 비판을 받기 충분한 상황이다.
뒤늦게 왜?=공무원·기자들에 대한 비난과는 별개로, 청와대가 사건이 일어난 지 넉 달이나 지난 시점에 갑자기 경찰에 첩보를 넘긴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자실 폐쇄 문제로 언론과 날선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기자단의 폐해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을 활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 사건이 보도된 경위를 두고도 청와대가 경찰 수사 사실을 한 인터넷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처리 방법을 두고 고심하다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상황점검 회의에서 공직기강 비서관이 사건 관련 보고를 하는 등 경찰 수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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