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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별강연한 프랑스 출신 세계적 미래학자 자크 이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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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별강연한 프랑스 출신 세계적 미래학자 자크 이탈리
“미디어가 ‘디지털 유목민’ 연결자로한국경제 샌드위치론 걱정 필요없어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로 유명세 “앞으로 사람들은 집에서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겁니다. 끊임없이 돌아다닌다는 얘기죠. 그러면서도 전세계와 계속해서 연결되길 바랄 겁니다. 이런 수많은 ‘디지털 유목민’들을 가운데에서 연결해주는 게 바로 미디어입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64)는 1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KCTA) 전시회 및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시대,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자크 아탈리는 “도시의 유목민들은 물리적인 이동을 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바꾸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인들이 35살 이전에 평균 7번이나 직장을 옮긴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디어는 항상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원하는 도구와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정보는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기보다는, 전달되는 순간이 바로 가치로 연결되기 때문에 전달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세컨드 라이프’로 대표되는 가상세계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라며 “2011년에는 10억명 이상이 가상세계 아바타를 갖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만큼 미디어도 충분히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크 아탈리는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 “지금껏 눈부신 성장을 보여온 인터넷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한다면 2030년께 세계 11대 거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중국·일본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한·중·일·러 네 나라가 공동체를 지향하도록 한국이 가운데서 중재자 구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샌드위치’라는 한국경제 위기론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그는 “북한은 핵무기 유무와 관계없이 이미 재래식 무기로도 충분히 한국의 번영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갑작스런 북한의 체제 붕괴도 남쪽에 경제적·사회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일한 해법은 남북이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통합을 이뤄내는 것으로, 개성공단이 좋은 사례”라며 “점진적 개방을 통해 북한을 세계경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그는 81~89년 프랑스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내며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로 불렸고, 90년 설립된 유럽발전은행 총재를 지냈다.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40여 권의 저서를 펴내며 공산주의 몰락, 테러리즘 위협, 휴대전화·인터넷 따위의 ‘유목민 상품’ 출현 등을 정확히 예측했다. 이런 이유로 그에겐 경제학자·철학자·미래학자·문명비평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제주/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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