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9 17:47
수정 : 2007.06.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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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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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대통령과 ‘언론인’들과의 텔레비전 토론회는 한마디로 실패였다. 대통령은 뭘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관전자가 보기엔 시간낭비다. 왜 그런 지리멸렬한 토론회를 일요일 저녁 특별하게 생방송 해야 하는지, 기획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끝장 보기에 터무니없이 부적합한 형식과 서툰 진행, 기자 브리핑실 통폐합의 원칙적 타당성과 운용의 융통성이라는 합의 도출의 의미를 평가하기에 토론 프로그램은 너무나 비생산적이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잘못 나온 출연자들과의 차별화된 의견 피력이나 불붙는 의사 교전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가르치려는 대통령과 예의 차리기 급급한 패널 사이의 묘한 힘 차이 탓도 있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실패 이유는 대통령을 포함한 논쟁·토론 참여자 모두의 ‘언론’에 대한 치명적 오해에 있다. 언론과 언론자유, 민주주의에 관한 깊은 성찰, 책임의식의 부재에 있다. 사회적 언론을 억압하고 왜곡한 집단들이 언론의 문제를 태연히 논하는 엽기적이고 기형적인 논쟁의 틀에 있다.
대통령은 자신과 정권이 ‘언론권력’의 피해자라고 강변한다. 대한민국 ‘언론’이 지닌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충고를 빠뜨리지 않는다. 〈국정브리핑〉을 열심히 보라는 대목에 이르러, 대통령의 전도된 언론관은 절정에 이른다. 은퇴 뒤에도 그는 여전히 〈국정브리핑〉을 참언론이라 자랑하고 있을까? 국정홍보 채널을 대안언론이라고 여기는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언론이 대체 뭔가? 말로써 생각하는 바를 드러내 타자와 교통하는 사회적 실천이자 권리다.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또한 생각하는 바를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권리다. 이렇게 설파하는 스피노자에서부터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권력을 비판할 시민의 의무로 간주하는 푸코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권력에 반하는 진실 발굴의 시민적 역능에 해당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자신을 언론의 피해자라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구신문을 비난하는 것은 자유다. 그렇지만 언론을 욕하면 안 된다. 조·중·동이 언론은 아니다. 〈한국방송〉, 〈문화방송〉이 자동적으로 언론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자 브리핑실을 둘러싼 최근 논란은 언론, 언론자유의 문제와 무관하다. 민주언론을 구속하는 국가권력, 매체권력의 헤게모니 분투에 불과하다. 언론을 볼모로 한 권력다툼이다. 기득권 사이의 사이비 쟁점에 불과하다. 진실 대면, 여론 교통의 기회를 차단당한 시청자들이 이 논쟁을 지켜보며 심히 피곤함과 불쾌감을 느끼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취재방식을 신자유주의 정권이 소위 ‘선진화’한다고 해서, 혹은 브리핑실 통폐합을 수구매체가 앞장서 막는다고 해서 시민의 민주적 언론권이 복구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텔레비전 토론을 지켜보면서 이런 걸 왜 하나 의아해하는 것이다. 기왕 대통령까지 나와 아까운 방송 시간을 할애해 토론하고자 했다면 본질을 제대로 짚어야 했다. 언론과 민주주의, 사회 진보와 매체 공공성에 관해 말 그대로 끝장 토론을 벌여야 했다. 그런 재미나는 대화나 중요한 토론이라면 모를까, 정권과 매체 사이 속이 뻔한 말싸움, 대통령과 ‘언론인’들 사이 내용 없는 시시한 토론에 관심 가질 정도로 2007년 이 땅의 시민은 순진하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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