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4 17:32
수정 : 2007.06.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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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눈으로 덮인 ‘랑탕’을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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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통신
네팔 히말라야 중부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온 친구 권유로 필자는 5월 초 숲해설가협회가 주최하는 ‘히말라야 식생탐사’에 참가했습니다. 3월 말 인천공항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까지 직항로가 개설되어 약 6시간 40분 걸렸습니다. 이 직항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싱가포르까지 가서 단 두 대밖에 없는 네팔 국적의 비행기를 기다리느라고 하루 이틀 허송한 적이 종종 있었다고 하니 이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에겐 획기적인 일입니다.
우리들이 여행하기로 한 랑탕∼코사인쿤드 지역은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제1의 트레킹 코스로 엄청난 규모의 다양한 숲과 생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170km 거리에 있는 랑탕히말은 1949년 영국의 탐험대가 처음 답사하기 전까지는 지구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곳을 탐험했던 ‘틸만’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이곳은 지구상의 생태보고이자 ‘천국으로 가는 길(Stairway to Heaven)’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고도 400m의 아열대숲에서부터 수목한계선까지 고도와 강수량의 차이에 따라 서식하는 아열대·난대·온대·고산식물 등 각 식물군들을 모두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네팔에 도착한 다음날, 이 랑탕 계곡을 보기 위해 카트만두의 한 호텔을 출발하여 둔체 마을에 가기로 했습니다. 장장 8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었는데 높은 고도 때문인지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습니다.
힘들게 도착한 랑탕의 한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한국으로 치면 작은 여인숙에 해당되는 시설과 규모였습니다. 로비에 앉아 잠시 쉬며 우리와 동행중이었던 현지 사진작가에게 “도대체 랑탕이 무슨 뜻인가?”하고 물었더니, 소리 그대로 ‘Long Tongue’ 즉, ‘긴 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흰눈이 덮인 봉우리의 모습이 긴 혓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랑탕에 이르는 산맥을 우리가 묶을 호텔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니 여러 개의 산맥이 사람의 다리처럼 비스듬히 계곡 쪽으로 흘러내려 뻗어 있더군요. 날씨가 좋은날 호텔에서 보면 산맥이 7개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그날 저녁 저는 안타깝게도 4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시작한지 3일째, 가장 우려했던 고산증이 발현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행 모두는 두통과 현기증, 매스껌, 허약증 등으로 식욕도 없고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고산증에 효과가 있다는 마늘차와 두통약을 먹었더니 한결 나아졌습니다.
사실 고산증은 너나없이 찾아오게 되어 있었습니다. 최소로 잡아도 열흘, 넉넉히 잡으면 열 이틀 정도 소요될 코스를 무리하게 8일로 단축하여 잡은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죠.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해발 3000m 이상 고지에서는 하루에 400m 이상의 등정은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행은 3000m 이상에서 700m를 올라갔으니 무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하루 일정을 취소하고 최종 목표지인 히말라야의 산정호수 코사인쿤드까지는 갈 수 없게 되는 애석한 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만나든 ‘나마스떼(‘안녕하세요’를 뜻하는 인도·네팔 인사말)’하고 인사하면 천진하고 순박하게 ‘나마스떼’라고 답하는 그들의 모습이 꼭 네팔의 자연과 닮아 위안 받았습니다.
글·사진 허창무 sdm3477@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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