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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3 17:37 수정 : 2007.07.03 17:37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논설주간

미디어전망대

대학입시의 내신반영 비율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의 대립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극과 극으로 달리고 있다. 신문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극단적인 주장들로 갈라지면 토론은 처음부터 불가능해진다.

신문의 논조는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느냐, ‘대학 자율권 보장’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그러나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 자율권이 내신반영 비율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내신 위주의 입시가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다른 쪽에서는 그것이 대학 자율권을 침해하는 길이라고 전제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들의 논조는 정부와 일부 유명 대학이라는, 대립하는 두 주체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두드러져 설득력을 잃고 있다.

6월 18일치 〈조선일보〉 사설은 “내신 위주 입시는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및 강남지역 일부 고교 출신이 손해 보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해 보게 될 것”이 아니라 “손해 보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표현에는 조선일보의 극심한 정부 불신이 묻어 있다. 6월14일치 사설은 내신반영 비율을 낮추겠다는 대학의 태도는 “더 나은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며, 이를 막으려는 정부는 “대학들한테 다짜고짜 주먹부터 휘둘러대는 ‘폭력 교육부’”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설에는 “고등학생들은 ‘대통령 포퓰리즘 프로젝트’의 불쌍한 먹이”, “정부의 ‘대입 폭정’”, “대통령은 사단장, 대학총장은 졸병” 등의 거칠고 감정적인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한겨레〉 사설들에는 “이른바 ‘주요’ 사립대, 대학인가 마피아인가”, “교육의 공공성 파기하겠다는 사립대 총장협” 등의 제목이 달려 있다. 대학 쪽의 태도를 역시 거칠고 감정적인 용어를 동원하여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가운데 신문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건너뛰었다.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면, 학교 중심의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다시 말하면, 수능과외, 논술과외는 있어도 내신과외는 없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신과외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과외 시스템과 어떤 무리가 따르더라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열망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반면에 내신 비율을 높여도 지금과 같은 과외 열풍이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너무 단순한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정책은 현재의 대입 제도가 교육기회의 평등을 저해하고 있다는 인식과 수능은 우수학생을 가려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판단, 그리고 몇몇 유명 대학만이 우수학생을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이것은 올바른 방향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계층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태도다. 더욱이 그에게는 이들의 저항을 뚫고 정책을 밀고 나갈 만한 힘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책을 옹호하면서 대학을 매질하는 논조는 비현실적이며, 반대로 대학을 옹호하면서 정부를 매질하는 논조는 반개혁적이다.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현실을 철저히 분석하지 않은 까닭에 정부와 대학의 대립사태에 대해 어떤 돌파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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