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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 하니동산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필자 정해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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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과 떠나는 올여름 독서여행
‘○○이 만들면 다릅니다.’ 여러 해 전, 국내의 한 재벌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내건 광고문구입니다. 그래서 성공을 거뒀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한겨레신문사가 출판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저도 그런 기대를 품었습니다. ‘한겨레가 만들면 다를 거야.’ 그리고 한겨레출판사는 저의(어쩌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한겨레출판이 펴낸 책들은 주로 ‘우리’를 바로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좀 모호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제게는 그렇게 와 닿았습니다.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대한민국사>, <당신들의 대한민국>,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등이 그러했지요. 얼마 전부터 한겨레출판은 관심의 초점을 ‘우리’에서 ‘나’로 옮기는 느낌입니다. <나를 찾아서 떠나는 17일간의 여행>, <천만번 괜찮아>나 <천개의 공감> 등이 그 사례입니다. 개인과 자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탐구가 깊어지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겨레출판의 ‘우리’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닙니다. 한겨레출판 김수영 편집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해서 ‘우리’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건 결코 아니지요. 앞으로도 저희는 진지하고 발전적인 논쟁거리가 될 만한 우리 시대의 담론을 꾸준히 생산해 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굳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나’ 없는 ‘우리’가 있을 수 없듯, ‘우리’ 없는 ‘나’도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부디 한겨레출판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에, 아니 잘 기르는 일에 멋지게 성공하길 빕니다. 떠나도 책과 함께, 안 떠나도 책과 함께이제 여름 피서철을 맞아 한겨레 독자들이 읽을 만한 책을 좀 소개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한겨레출판이 펴낸 300여 종의 책 가운데 몇 권만을 가려 뽑자니,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글 쓰는 이의 폭 좁은 주관이 끼어들 수밖에 없었음을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소중한 휴가를 진지한 독서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이에겐 한홍구의 <대한민국사> 시리즈를 권합니다. 1~4권을 더하면 대략 1200쪽에 이르는 만만찮은 분량입니다. 하지만 큰 부담은 갖지 마세요. 타고난 역사 이야기꾼인 저자가 여러분을 독서삼매의 경지로 이끌 테니까요. 4권을 덮고 난 뒤에도 독서열이 식지 않는다면, 파란 눈의 한국인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같은 책들에 도전하면 좋을 겁니다. 여행지로 떠나면서 손에 허전함을 느끼는 이에겐 김형경의 심리 치유 에세이 <천 개의 공감>과 박미라의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번 괜찮아>를 권합니다. 이 책에 담긴 사연들은 바로 ‘나’의 이야기이자 나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이라면 손의 허전함뿐 아니라 마음의 공허함까지도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어디론가 떠날 형편이 안 되는 이라면, 정수일의 <실크로드 문명기행>과 구혜경의 <아프리카 초원학교>를 펼쳐 책 속 여행을 떠나보세요. 이 여행은 고만고만한 관광지들을 일정에 쫓겨 가며 훑어보는 어설픈 국외여행보다 훨씬 값진 깨달음을 안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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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펼쳐줄 만화 현대사도 눈길 이번엔 어린이책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무더운 여름밤엔 무서운 귀신 이야기가 제격이죠. 그런 뜻에서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 가운데 <장화홍련전>과 <이생규장전>을 권합니다. 둘 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귀신 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살린 글과 전통의 멋을 한껏 풍기는 그림에 구비문학 전문가의 친절한 해설까지, 같은 옛이야기 책이라도 한겨레가 만들면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줍니다. 아무리 무더워도 무서운 이야기엔 질색인 아이라면, <아프리카로 간 눈사람>이 어울릴 듯합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커다란 화물선 안에 눈사람이 태워집니다. 뱃사람 카를리가 아프리카 소녀 아지나를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죠. 과연 눈사람 카지미르는 적도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아무 탈 없이 아지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무언가 알찬 정보를 얻기 원한다면, 논픽션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세요. 고진숙의 <아름다운 위인전>과 김한조의 <어린이의 미래를 여는 역사>가 눈에 띕니다. 앞의 책을 펼치면 나누는 삶을 산 다섯 명의 역사 인물―김만덕, 이지함, 이헌길, 이승휴, 을파소―을 만날 수 있고, 뒤의 책을 펼치면 한·중·일 세 나라의 치열한 근현대사를 만화로 살필 수 있습니다. 두 책 모두 단순히 과거를 되짚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펼쳐갈 미래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기에 더욱 값지지요. 한겨레출판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하고 여름에 읽을 만한 책도 추천하자니, 저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허둥댄 꼴이 되었네요. 그 가운데 한 마리라도 제대로 잡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 지면은 좁고 할 말은 많군요. 글 정해왕 haewang@hanmail.net/<한겨레> 독자, 동화작가 겸 어린이책작가교실 대표,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사진가 아래 추천도서 목록을 표로 처리해 하면 어떨까요? 추천도서 # 어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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