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9 23:55
수정 : 200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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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일·김미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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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랑모임도 함께해요”
“무슨 인터뷰를 해요? 인터뷰 할 게 없는데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손영일 창간독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정보와 재미를 주겠냐는 뜻일 겝니다.
만나자마자 결혼해 함께 살아온 지 5년이 되었다는 손영일(45)·김미선(44)씨는 늦깎이 부부입니다. “2001년 덕유산에서였어요. 산 정상에서 처음 봤는데 산에서 숄을 두르고 혼자 바위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저런 여자와는 결혼 안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남편이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날이 쌀쌀해서 숄을 둘렀고, 그때까지만 해도 말없이 있으면 누구든 어려워했어요”라며 아내는 답합니다.
두 사람을 부부의 연으로 맺어준 산행은 손씨가 회원으로 있는 부산근육장애인재활협회 ‘잔디네’(cafe.daum.net/busanjandy)와 김씨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부산의 자원봉사단체인 ‘서두리회’(cafe.daum.net/sudoori)가 함께한 나들이였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외출이 힘든 손씨는 근육병 환우입니다. 근육병이란 중추신경계나 말초신경계의 손상은 없지만 근육섬유에 변성이 생겨 신체장애가 오고 심할 경우 호흡근육 마비로 숨질 수 있는 대표적인 난치질환입니다. 이런 병을 앓고 있는 남자와 그러한 환우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여자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가 있을 법한데 부부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합니다.
“몸이 불편한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도와주면 되는 일이잖아요. 힘든 것부터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해요. 결혼하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아요. 남편이 제게 해주는 것이 참 많고, 옆에 있으면 제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라고 부인 김씨가 말하자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포기하는 것이 많죠.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그러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옆에 있어 주는 게 항상 고맙지요”라고 답하는 손씨의 이야기에서 부부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혼자 바깥에 나가는 남편이 불안하고 걱정되어 되도록 함께 움직이려 한다는 부인은 부산한겨레신문사랑 모임에도 늘 동행합니다. 한겨레 생활광고에 난 부산 모임을 보고,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불편한 몸이라 쉬이 가기 어려웠답니다. 모임 장소를 계단이 많은 초량동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양정동 사무실로 옮긴 뒤에는 몇 번 참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육병이 진행성 장애이다 보니 모임에 참석하는 일도 힘들어져 지금은 집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부산 모임을 위해 휴대폰 문자나 메일 발송, 광고의뢰 등을 도맡아 하는 그는 인터넷 다음 카페(부산한겨레신문사랑, cafe.daum.net/busankr)의 카페지기로 명실공히 홍보담당맨입니다.
지금은 걷는 것도 때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가 않지만 “살아가며 모두 가지려 하지 않고 조금씩 남기며 살면 아쉬울 것이 별로 없어요”라는 그. “한겨레는 인간답게 살려는 욕심이 나게 하는 신문이에요. 진보언론으로서 욕심이 가득한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소외된 사람, 우리처럼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희귀난치병을 가진 이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따뜻한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한겨레에 대한 소망도 전합니다.
부부는 ‘인연’이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연이라고 모두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주어진 인연을 이어가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거죠. 부부의 소중한 인연뿐만 아니라 우리 사는 세상에는 부산근육장애인재활협회와 서두리회 같이 따뜻한 인연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강조합니다. 더불어 한겨레를 사랑하는 부산한겨레신문사랑 모임에도 젊고 패기 있는 인연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습니다.
글·사진 김경현
mad2121@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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