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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9 23:59 수정 : 2007.07.29 23:59

고양 장성중학교 도서부

“신문은 어른들의 세상 우리 얘기도 들어주세요”

“교복·두발…다 우리문제인데 정작 우리는 빠져있어”
속내 이야기 끊이지 않아

경기도 고양시 장성중학교 도서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교실 두 개 크기의 작지만 아담한 도서실에 들어서니 가지런히 정돈된 책들과 향긋한 책 냄새가 반겨줍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인공들이 조금은 상기된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겨레를 봤다며 <하니바람> 취재를 의뢰한 도서부장 유승하(16). 목요일마다 발행되는 를 보며 ‘신문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는 고수인(16). 매일 1층 등사실에서 4층 도서실까지 신문을 배달하는 송진우(15). 도서부의 편한 왼팔 같은 존재지만 때론 따끔한 일언으로 무게를 잃지 않는 서영식(16). 도서부 학생은 아니지만, 자칭 도서실 폐인으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도서실을 지키는 한승기(16). 도서실 와서 훼방만 놓고 장난만 치지만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김남균(16). 이렇게 여섯 명의 친구들과 김민정(40) 사서 교사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도서실에 오는 건 순전히 저 에어컨 때문이에요” 하고 어색함을 누르듯 승하양이 말문을 여니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애들이 요즘은 판타지나 만화 같은 거만 봐요”, “베스트셀러만 찾아요. 이런 책들은 도서실에 없으니 사보는 경우가 많아요”, “책값이 너무 비싸요. 한권으로 제본해도 되는 책을 두 권으로 만들고 6천~7천원이면 될 것을 1만5천~1만8천원이나 하니까요” 하며 어느새 도서부 친구들은 요즘 ‘책 문화’에서 ‘책 가격’에 대해서까지 의견을 내놓습니다.

“5년 전 설문 조사를 했어요. 당시 젊은 교사들이 많아서인지, 한겨레를 보자고 하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학교에 한겨레가 들어오기 시작했죠”라는 김 교사의 설명입니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에 비해 문체가 직접적이라 이해하기 쉬워요.” 수인양이 한겨레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자 “조승희 관련 기사나 요즘 이랜드 고용 문제 기사가 좋았어요”, “저는 ‘비빔툰’ 만화는 꼭 챙겨 봐요”, “‘함께하는 교육’ 읽으니까 논술이 정리되더라고요”라며 기억에 남았던 기사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전에 꽃편지나 블루 아메리카가 실렸던 18℃ 섹션이 좋았는데, 요즘 토요일에 본지와 함께 나오면서 기사도 줄고 꼭 책 광고 같아서 별로예요.” 한겨레에 대한 승하양의 쓴소리입니다.

그러다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합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전자책 도입을 시범 운영한다는데,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수학 같은 건 직접 쓰면서 풀어야 되는 거고, 정리하면서 공부 할 것도 많은데 말이죠. 전자책 보면 눈도 나빠질 텐데…. 아이들의 선택권 없이 정하는 것, 정말 짜증나요.”

학생 규율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습니다. “또 두발은 어떤데요? 일명 ‘날개 뼈’라고, 여학생들은 어깨까지만 길러라 그러고요, 남학생들은 더 까다로워요. 앞머리는 눌러서 눈썹 닿으면 안 되고 옆머리는 귀에 닿으면 안 되고, 뒷머리는 옷 칼라에 닿으면 안 돼요”, “여름에 교복 치마 얼마나 더운 줄 아세요? 살에 쩍쩍 들러붙어요. 겨울에는 또 따뜻한 쫄바지도 못 입게 하고 스타킹에 치마만 입으래요. 얼마나 추운데요”, “질 나쁜 불량 교복 때문에 아토피가 더 심해졌어요.”


“학교는 저희더러 학생다워야 한다고 하며 일정한 틀 속에 가두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속내 이야기는 끊이지 않습니다. “저희가 속상한 것은요, 그런 틀(규율)이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결정된다는 거예요. 교복 문제, 두발 문제, 공부하는 것들이 모두 우리 얘긴데 정작 우리 의견은 빠져 있어요.”

흐트러진 책을 정리하면서 한겨레에 대한 바람도 이야기 합니다. “우리들의 답답한 이야기를 신문에서 해 줬으면 좋겠어요. 신문을 보면 세상이라는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에요. 어른들의 세상 이야기 말예요. 끼어들 수 없는 영화 속 장면들이죠. 한겨레만이라도 그 영화에 우리들도 출연시켜 주세요.”

글 유진희 mafille7@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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