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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6 22:45 수정 : 2007.08.26 22:45

서대문 세무서 유현선 주주

서대문 세무서 유현선 주주

봉사활동가에 “한겨레 도와주라”
매주 초등학교 찾아가 세금교육

“돈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세금처리하기 때문에 세무서에 직접 나오지 않아요. 이곳에 오는 분들은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 없는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유현선(58) 주주는 서울 서대문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 과장입니다. ‘공직’에 있기 때문일까요? 그는 <하니바람>에 소개되는 것을 몇번이나 사양해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서대문 세무서라고 하니 서대문 경찰서나 서대문 형무소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그만큼 세무서라는 곳이 동사무소같이 편히 드나들 수 없고 뭔가 위압적인 곳이라는 선입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릴 적 우리집 가구에 압류딱지를 붙인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서 작용한 탓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선입관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 것은 그의 명함을 받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나서였습니다. 따스한 인상이 말해주듯 그가 하는 일은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세금을 징수하고 집행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납세자의 권리를 챙겨주는 사람이 세무서에 있다는 사실에 퍼뜩 의아함마저 들었습니다.

그는 납세자의 편에 서서 인터넷이나 방문 접수된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합니다. ‘과세적부심 자문위원회’와 ‘고충처리 위원회’를 열어 납세자의 억울함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지요. 99년부터 국세청은 납세자보호담당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으스스한(?) 공간에 근무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얼어 있던 마음이 조금은 녹는 것 같습니다.

한겨레가 창간되었을 때를 회상하던 그는 “신문구독 신청을 해도 신문이 배달되지 않았어요. 민주화에 목마른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여기저기서 구독신청을 하는 바람에 배달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독자들이 신문사로 뛰어가 신문을 직접 사가는 진풍경이 줄줄이 연출되었어요”라며 창간 당시 한겨레가 얼마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는지에 대해 들려 줍니다.

이런 모습을 모두 지켜봐서일까요? 그는 2005년 한겨레가 ‘제2창간운동’을 선언했을 때도 주저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한겨레를 ‘권유’했습니다. “고향 후배 중에 어려운 이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제 직업이 공무원이다 보니, 그 후배가 어느날 찾아와서 어려운 사람 어디 없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때 마침 한겨레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주주 되기를 권유했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애쓰는 한겨레를 도와주라고 말이죠.”

그가 한겨레에 대한 사랑 외에 요즘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2000년 6월부터 매주 1회씩 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세금교육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를 하기 위해 그는 요즘 연예인의 이름도 줄줄 외웁니다. “슈퍼주니어, 비, 아이비…. 전부 다 세금 내고 있어요. 세금은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소득에 따라 책정되거든요. 세금이 여러분이 앉아 있는 책상과 의자, 학교에 올 때 만나는 신호등, 심지어 교과서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요? 어려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급식도 세금이 제공하는 거예요. 여러분도 크면 부자 되세요. 부자 되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도울 수 있는 착한 어른이 될 수 있답니다.”

세금 내는 것이 곧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걸 이해시키기 위해 그는 어린이들에게 세금의 용도를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이런 그의 철학은 이미 170여 학교 6만7천명의 어린이들에게 전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육청을 어렵게 설득해 간신히 시작한 세금교육이었는데 이제는 입소문이 퍼져 쇄도하는 강의요청에 일정을 조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강의 만족도가 80% 이상이랍니다.

퇴직한 뒤에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그는 아예 ‘나눔을 위한 세금내기’란 내용이 아이들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놓습니다.

글 안양금 dksdidrma1@naver.com/<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권미정 doog01@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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