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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이주 이민박람회에서 한 학부모가 캐나다 이민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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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통신
‘기회의 땅’서 사교육 열풍 “나를 찾는 여행 떠나길…” 1990년을 기점으로 캐나다 이민의 열풍은 그야말로 정점을 이루게 됩니다. 떠나려는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으나 표면적으로는 ‘자녀들의 교육차원’이 으뜸일 것입니다. 엄청난 사교육비와 성적 위주의 절름발이 교육정책에 신물이 난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캐나다 이민은 더없는 기회로 작용했을 터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떠났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의 모든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울해합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영어학원의 설명회는 항상 자리가 만원이며 개인교습을 받느라 하루가 모자랄 정도이니까요. 게다가 한국식의 ‘허영심’으로 인해 지출되는 막대한 경비는 부부싸움, 위장병, 불화,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등 부작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민이라는 창구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그들에게 캐나다는 더 이상 꿈이 아니며 그 무엇도 아닌 그저 남의 나라일 뿐이라는 사실에 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단언하건대, 이 지구상에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살기 좋은 낙원, 최상의 파라다이스는 오직 자신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지 결코 객관적인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동포로서 한국인을 바라보다 보면 ‘바라보는 나’보다는 ‘보여지는 나’에 왜 그렇게들 목숨을 거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이민을 와서까지 고액과외다 뭐다, 또한 신실하게 주님을 섬겨야 하는 교회에서조차도 서로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자동차의 종류, 옷차림, 집의 평수 등―으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일화가 비일비재하니까요. 그 짓 하려고 이민을 온 거라면 아까운 외화낭비 아닐까요. 사실 캐나다는 검소한 나라이며 열린 교육의 천국이자 기회의 땅입니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극성 치맛바람 어머니들이 목숨 거는 성적은 특기사항일 뿐 개인을 평가하는 기준과는 무관합니다. 그들은 사고를 개발시켜 논리적인 질서 함양에 우선순위를 두며 겸손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 철두철미합니다. 이는 캐나다의 철저한 열린 교육의 산물임과 동시에 한국 동포 기성사회가 짊어져야 할 숙원 과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나라로 이민을 가고자 할 때는 ‘본인이 떠나고 싶어서’가 가장 명확한 이유입니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는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하나의 핑계일 뿐이죠. 우리는 너무 목적 지향적으로만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앞만 보면서 달리다보니 정작 중요한 알맹이, 이를테면 가족의 의미라든가 삶의 지혜, 서로 나누는 덕과 정,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누구인가, 그 존재감마저 상실한 채 살아가는 건 아닌지 삭막하기 그지없는 캐나다 동포로서 쓸쓸해질 때가 있습니다.‘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느 시집 제목처럼 몇 년, 아니 더한 세월의 뒤안길에서 행여 애달프지 않도록 가끔은 나를 찾아 고뇌의 여행을 떠났으면 합니다.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행에서만이 캐나다의 맑은 공기와 순박하고 검소한 분위기, 그리고 천혜의 자연경관에 고마워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듭니다. 글 박인숙 onnuri07@hotmail.com/<하니바람> 캐나다 리포터, 온누리 이주공사 밴쿠버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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