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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8 19:02 수정 : 2007.09.18 19:02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디어전망대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알몸 사진 게재는 파렴치의 극치다. 상식의 도를 한참 넘은, 속칭 ‘오버’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한 언론의 오버가 오직 이것뿐이랴. 너나 할 것 없이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거주지가 어떤 곳이며, 두 거처가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그렇게 친절히 알려준 건 오버 아닌가.

알몸 사진으로 각계의 지탄이 쏟아진 다음에도 언론의 오버는 그칠 줄 몰랐다. 마치 야심한 시간에 케이블방송에서나 접할 수 있는 저급한 내용을, 익명 취재원들의 입을 빌려 구성한 기사도 지면에 등장했다. 가히 〈문화일보〉 알몸 사진의 텍스트 버전이라 할 만하다.

따지고 보면, 차원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버하지 않은 보도가 어디 있을까 싶다. 단적으로 언론은 자신을 돋보이려는 얄팍한 속내에서 미확인 정보도 일단 내보내고 본다. 그것도 부풀려서. 언론이 보기에 ‘깜’이 된다 싶으면 소설을 써서라도 기사를 만든다. 이런 식의 오버는 그래서 종종 ‘오보’로 이어지곤 한다.

언론의 오버가 어디 비뚤어진 의욕 과잉에서만 비롯된 것일까.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외면하고픈 사안을 눈 질끈 감고 지나치는 것도, 뒤집어 보면 일종의 오버다. 이 경우 사회가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 마땅한 이슈는 사장되기 마련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여성 비하 음담패설에 보수언론들이 모르쇠로 대처하는 게 그렇다. 이들 덕분에 다른 사람도 아닌 차기 대통령 문턱에 다다른 인사의 자질과 품격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 후보의 인식이 대통령을 꿈꾸는 자로서 올바른지 오리무중이다. 직무를 유기하고 본분을 망각한 언론이 숨죽이며 오버한 결과다.

그렇다면 언론의 오버는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진 않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3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날에 맞춰 ‘바람잡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여론조사 1인자, 1%의 문국현에 올인’이란 솔깃한 제목을 단 기사는 당일 오전 10시의 1막부터 다음날 오전 11시의 6막2장까지 ‘시간차’를 두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그사이 해당 기사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붙고, 조회 수 수천 건에 달하는 댓글이 속출했다.

그래서 그 파장은? 속단하기 힘들다. ‘문국현 현상’을 향후 대선 정국의 중대 변수로 예의 주시하는 축이 있는가 하면 변희재 빅뉴스 대표처럼 “지지자들이 유입되지도 않고 확산되지도 않는 실정”(〈조선일보〉 9월12일치 칼럼)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한 인터넷신문의 오버가 정치적 의제를 부각시키고 공론을 일으키며 여론의 풍향을 가늠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겉 다르고 속 다른 태도를 취하지도 않았다. 성공한 기획으로 회자될 만하다.

언론은 그 속성상 오버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어떤 식이든 오버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획력과 취재력, 그리고 결단력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일보〉는 그 에너지를 부질없는 데 허비한 반면 〈오마이뉴스〉는 침체된 정치담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같은 오버지만 어떤 차원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일 수 있다. 언론의 생존과 직결된.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필자의 의견이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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