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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폭풍전야…편집국장 사퇴 |
평기자들 ‘지면경쟁력 저하 책임론’ 제기
기자들로부터 ‘재신임 요구’를 받아온 <동아일보> 이규민 편집국장이 13일 밤 경영진과 기자들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 국장의 사의 표명은 최근 평기자들이 지면 경쟁력 저하와 기자들의 이직 등으로 위축된 사내 분위기에 대해 편집국장의 재신임 투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이날 경영진과 기자들에게 보직사퇴를 밝히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평기자들은 지난 11일 기자총회를 연 데 이어 12일 기수별 대표자회의를 열어 편집국장 재신임 투표와 회사의 구체적인 비전 요구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2001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11일 기자총회에는 117명이 참석해 4시간 가까이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지면경쟁력 저하와 위축된 사내분위기 때문”이라며 “지면제작에 있어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편집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규정에도 없는 재신임 투표를 결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자는 “최근 젊은 기자들이 30명 가까이 나가면서 현 경영진과 편집국장에 대해 회사 시스템이나 논조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결의 이후 회사는 회의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지 않다. 반면 기자들은 현재의 동아일보의 분위기를 “폭풍전야”로 표현하면서 결의문 내용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을 기대했다. 또 다른 기자는 “과거에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지면의 편향성이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다”며 “이번 결정이 편집국장 지도력과 논조의 불만에서 출발한 만큼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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