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숨겨놓은 딸 입막음 위해 조작된 사건이다”
SBS 어젯밤 “진승현게이트와 연관” 보도…DJ쪽 “언급할 필요 못느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 있었다? 그 딸과 생모의 입막음을 위해서 국가정보원이 동원돼 `특수사업'이 추진되었다?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2000~2001년께 김 전 대통령이 숨겨놓은 딸을 뒷바라지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숨겨진 딸’ 논란을 세상으로 끌어낸 곳은 SBS였다. 에스비에스는 19일 밤 ‘뉴스추적’ 프로그램에서 김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아무개(35)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취재진은 김씨에게서 “고3시절이던 1986년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지금까지 세번 찾아갔다” “김홍일 의원을 찾아가 생활비를 받아왔다. 처음 아파트를 구입할 때 김 의원이 돈을 대줬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99년 김 의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재미사업가 조풍언씨가 사줬다” 등의 증언을 얻어내 보도했다. 또 2000년 온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진승현게이트’가 김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을 입막음하기 위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은 그 근거로 “(진승현씨 쪽에서) 국정원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모녀를 감추기 위해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진씨 쪽 사람의 얘기를 전했다. 취재팀은 이 과정에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 경제과장 등 국정원 쪽이 ‘특수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깊숙히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진씨 쪽에서 김씨한테 전달한 돈의 출처에 대한 증거는 못잡았다”고 밝힌 뒤,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프로그램을 끝맺었다. SBS의 보도에 <중앙일보>는 살을 붙였다. 중앙은 20일 수사기관이 지난해 입수했다는 ‘진승현 선처 호소문’을 공개했다. 이 호소문의 작은 제목은 ‘2002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뇌종양으로 형집행정지 상태에 있는 진승현을 도와주십시오’. 호소문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OO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고 둘 사이에 딸까지 얻게 되었다”로 시작한다. 이어 “병을 앓게 된 김씨는 1997년 12월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즈음 주위 사람들한테 자신의 존재를 말하고 다녔고, 대통령과의 관계를 함구하는 대가로 막대한 경제적 원조를 요구했다”고 돼 있다. 호소문을 보면, 김씨는 김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인 200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돈 요구를 했다. 때문에 국정원은 김홍일 의원과 의논을 하려했으나, 그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별도의 자금 지원책을 찾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 2차장(엄익준·사망)은 공기업 사장을 통해 진승현씨를 정성홍 당시 국정원 경제과장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진씨는 “자신의 돈이 국가를 위해 쓰일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3억5천만원을 정 과장을 통해 김씨의 딸에게 주었다. 이런 작업은 엄익준 국정원 2차장이 사망하면서 후임 김은성 2차장이 맡게 됐다. 김씨는 2001년 3월 갑자기 자살했고, 장례식은 국정원이 주관해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김승훈 신부(2003년 10월 사망)의 집전으로 치러졌다. 그러던 중 2000년 11월께 ‘열린금고 불법 대출 사건’에 진승현씨가 연루됐고, 국정원 쪽은 보답 차원에서 그를 구명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가 검찰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앙은 “호소문의 작성시기는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인 2003년 말로 추정되며 작성자는 전직 국정원 관계자 또는 진승현씨 쪽 인물로 보이며 목적은 진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스비에스와 중앙의 보도는 일부 내용을 빼놓고는 대부분 일치한다. 중앙이 입수한 문건에는 “김홍일 의원이 숨진 김씨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돼 있으나, 에스비에스는 “김씨 모녀가 김 의원의 소개로 조풍언씨로부터 집 구입비와 생활비를 지원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문건에는 정대철 전 의원 부분이 없지만, 방송에는 “정 전 의원의 부모(고 정일형·이태형씨)도 김씨 모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줬으며 이 사실을 정 전 의원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김씨 모녀 문제에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이 깊이 개입했다고 나오지만, 김씨는 에스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 쪽 최경환 비서관은 19일 오전 “국정원 관계자 모두가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진씨 쪽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마치 뭔가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 공정한 보도라고 할 수 있냐”며 “보도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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