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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6:54 수정 : 2005.01.14 16:54

작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뒷쪽에서 여성부의 성매매 방지법 도입에 반대하는 ‘한터’ 소속 성매매종사 여성들이 소복 차림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분석] 성매매업주 보도자료 그대로 기사화
“월 500만원 소득…생계형 성매매니 정책적 배려해야”

언론이 ‘포주’들의 대변인이 되었다. 지난 12일 <연합뉴스>가 송고해 각 언론과 포털들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집창촌 女 69% “단속전 월수입 300만~500만원” 종사자단체 “대부분 생계형 성매매…정책적 배려 있어야” ](연합뉴스)였다.

정말 성매매 여성들은 이렇게 고소득을 올리고 있을까? 그런데 이런 고소득 직종의 성매매 여성들은 ‘생계난’에 시달리는 ‘생계형 성매매’라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언론이 ‘성매매 업주와 종사자’들이 이처럼 모순되는 주장을 ‘자료에 입각한 객관적 보도’라는 명분으로 기사화하는 것이 과연 언론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인터넷에서 특별히 네티즌 관심을 모은 ‘성매매 여성 소득조사’ 보도에서 드러난 저널리즘의 본질과 언론윤리의 문제를 짚어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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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창촌 여성 69% “단속 전 월 수입 300만~500만원”

지난 12일 <연합뉴스>를 비롯해 네이버, 다음, 엠파스, 파란 등 포털사이트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전 성매매 여성 10명 가운데 7명 정도의 월 수입이 300만~500만원이었다는 조사결과가 일제히 실렸다.

<연합뉴스>가 전국한터여성종사자연합(이하 ‘한터’)에서 발간한 ‘집창촌 여성 통계백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이 기사에 따르면 특별단속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전국 집창촌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5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8.7%(응답자 504명)가 단속전 월수입이 300만∼500만원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월수입이 △300만∼400만원은 36.0% △400만∼500만원은 32.7%였으며, △200만∼300만원이 15.5% △500만원 이상이 14.9% 순으로 사실상 성매매 여성은 고소득 직종이다. 반면 성매매 여성들의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가족의 학자금, 병원 치료비 등 가족부양비를 포함한 월 생활비로 응답자의 36.5%(389명)가 200만∼300만원으로 답했고, 300만∼400만원 28.8%, 400만∼500만원 15.7%, 100만원∼200만원 14.9% 순으로 나와, 사실상 이들이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포장했다. <연합뉴스>는 부제목 역시 ‘종사자단체 “대부분 생계형 성매매…정책적 배려 있어야”’로 뽑았다.

기사대로라면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들은 고소득 생계수단을 잃어버렸고, 이 때문에 심각한 생계난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또 이런 결과는 “성매매 여성 상당수가 부양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갑작스런 특별법 시행으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며 “3년의 유예기간을 달라”는 ‘한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한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연합뉴스> 기사는 포털사이트에 제공됐고, 각 포털들은 이 기사를 사이트의 뉴스 메인홈이나 ‘화제의 기사’, ‘많이 본 기사’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진 배치했다. ‘사건·사고’나 ‘성(sex)’ 등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화제성’ 기사라는 점 때문이었다. 또 결과적으로 “잘 팔린 기사”가 됐다.



◇ 여성·언론단체, “신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잘 팔린” 이 기사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일까. ‘잘 팔렸다’면 많은 사람이 본 것이고, 사회에 미치는 파장 역시 크다.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기사는 저널리즘의 핵심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한 ‘한터’라는 단체는 전국 성매매 업주들을 중심으로 한 업주와 종사자들의 모임으로 그동안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반대시위를 벌여왔고, ‘남성의 성욕 및 자발적 성매매 인정’, ‘성매매로 강간범죄 감소’ 등의 논리를 펼쳐왔다. 설문을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한 ’한터’라는 단체의 정체성이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치명적 결격 사유를 제공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한터가 내놓은 ‘성매매 여성백서’ 역시 ‘성매매방지법’의 제정 취지는 물론 “성매매 자체가 인권침해이자 범죄”라며 올바른 시행을 촉구하는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통째로 뒤집는 것이다.

그러나 12일 <연합뉴스>의 기사는 조사주체인 ’한터’라는 단체에 대한 설명과 역사성, 이 자료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과 의견없이 ‘한터’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자료 출처로 밝힌 ‘한터여성종사자연합’이라는 단체가 성매매 업주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조사 자체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판단의 근거가 없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여성단체들은 성매매여성 대부분이 알선업체나 포주들에게 고용돼 수입의 대부분을 선불금, 카드빚, 벌금 등으로 떼이는 우리 나라 성매매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한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성매매 여성들이 매월 3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렸다면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방지법’ 시행과 관련해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이러한 조사결과 역시 성매매방지법 시행으로 경제적 수입을 차단당한 알선업주나 포주가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문제로 덮어씌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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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여성들의 한달 생활비와 채무 조사결과 누락 ‘빈축’

또 <연합뉴스>의 기사는 작성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한 것이 있었다. ‘한터’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채무와 월 생활비에 대한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생활비와 채무는 성매매 여성들의 소비행태와 고용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인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연합>은 이런 조사결과를 배제한 채, 월수입과 종사목적, 한터 관계자의 멘트만을 따 이들이 ‘생계형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점’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만 부각시켰다.

한터의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 성매매 여성의 채무는 1000만원 미만 98명, 2000만원 미만 18명, 3000만원 미만 8명, 5000만원 미만 3명이었으며, 5000만원 이상도 2명이나 돼 응답자 515명 가운데 129명(25%)가 빚을 지고 있었다.

반면 이들의 월 생활비는 100만원 4명, 200만원 이상 78명, 300만원 이상 182명, 400만원이상 165명, 500만원 이상 75명으로 일반인들의 지출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등 씀씀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연합뉴스>는 이런 내용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기사를 쓴 <연합뉴스> 기자는 “‘한터’ 회장으로부터 백서를 받았고 세밀한 설문조사가 아니어서 쓰기가 좀 그랬지만,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여성단체의 의견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채무의 경우 표본이 적어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철 엠파스 뉴스팀장은 “포털에서는 신문(연합)사나 방송국에서 보낸 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사 내에서 확인취재나 검증 단계를 거쳤다고 보고, 편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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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와 포털의 경쟁적 연합뉴스 퍼가기 ‘문제’

“포털저널리즘 경계해야”

‘네티즌이 뉴스를 접하는 곳이 주로 포털’임을 감안할 때, ‘포털저널리즘’이라 불릴 정도로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의 파급력은 지대하다. 그럼에도 이 기사는 연합뉴스 그대로 네이버(naver), 다음(daum), 엠파스(empas), 파란(paran) 등 포털사이트에 실렸다. 또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스포츠서울, 스포츠한국 등의 일간지에도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실렸으며, 데일리포커스나 메트로 등 무가지도 <연합> 기사를 게재했다.

기자가 무시한 ‘한터’라는 단체의 특성을, 네티즌들이라고 특별히 주목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았다. 포털에 실린 이 기사에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한 달에 몇 백만원을 벌더라도 뜯기는데, 윤락녀가 배불리 버는 것처럼 기사를 썼네”(윤락실태)
“할 일이 없어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큰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것 같다”(‘글쎄요’)
“가랑이 벌리고 쉽게 돈벌려고 하는 여자들 생계유지를 왜 나라에서 책임지라고 하는지 생각만해도 역겹다”(‘양성화’)
“차라리 월급 좀 낮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낫다. 돈 쉽게 벌려고 하지마”(‘딸내미’)
“능력도 없으면서 소비만 쫓는 여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물질만능’)
“몸을 팔아 쉽게 돈을 버는 짓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라도 성매매 방지법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 동안 몸 안팔고 열심히 일한 많은 여성들은 바보라는 말 밖에 들리지 않는다”(‘그래서라도’)

기사를 퍼나르고 댓글을 남기는 등의 네티즌의 적극적인 의견표출이 곧 사회의 여론으로 부각되고, ‘부실 도시락’ 파문처럼 정책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포털이나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이 본연의 기능인 신속·정확·공정한 보도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조영수 간사는 “포털에서 제공하는 각 언론사의 기사는 인터넷 속성상 선정적 내용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만큼 언론은 사실확인이나 검증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 때문에 <연합>이 12일 보도한 ‘집창촌 여성 69% “단속 전 월 수입 300만~500만원”’ 기사는 논란을 낳고 있다. 학자와 네티즌들은 선정적으로 기사를 가공·포장한 언론사와 포털을 질책한다.

◇ 전문가 “이익단체에서 낸 보도자료는 사실여부 검증과 교차확인 필수”%%990003%%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전 성매매 여성들의 월 수입이 300만~500만원이었다면 기자들이 직접 그 내용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며 “검증 과정이 생략된 것이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기자들의 자세로, 이는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 기자들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은 “취재시스템이 출입처 위주로 흐르다 보니 정부나 기관, 이익단체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의존한 기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연합>의 기사 역시 ‘한터’라는 이익단체의 자료를 무조건 받아쓰는 ‘발표 저널리즘’의 하나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익단체에서 나오는 보도자료의 경우 특히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하며, 보도자료를 어떤 목적으로 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기사의 경우에는 해당 이익단체와 의견을 달리하는 기구나 단체로부터 반드시 교차점검(크로스체킹)을 해야 한다는 ‘기사 작성 원칙’에도 어긋났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지난 12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집창촌 女 69% “단속전 월수입 300만~500만원”] 기사 전문이다.

[연합뉴스] 집창촌 女 69% “단속전 월수입 300만~500만원”
종사자단체 “대부분 생계형 성매매…정책적 배려 있어야”

지난해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 전국 집창촌 여성 10명 가운데 7명 정도는 월수입이 300만∼500만원이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한터여성종사자연합이 12일 공개한 `집창촌여성 통계백서'에 따르면 특별단속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전국 집창촌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5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8.7%(응답자 504명)가 단속전 월수입이 300만∼50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월수입이 △300만∼400만원으로 답한 성매매 여성은 36.0% △400만∼500만원이라는 응답은 32.7%였으며 △200만∼300만원이 15.5% △500만원 이상이 14.9% 순으로 집계됐다.

가족의 학자금, 병원 치료비 등 가족부양비를 포함한 월 생활비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응답 389명)에는 200만∼300만원이 36.5%로 가장 많았고 300만∼400만원 28.8%, 400만∼500만원 15.7%, 100만원∼200만원 14.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 여성은 73.0%가 20∼26세로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었고 20∼30세는 전체의 88%로 집창촌 여성 10명가운데 9명 정도가 20대 여성이었고 경력은 2년 미만이 59.5% 였다.

학력분포(511명 응답)는 고졸이 56.8%로 절반이 넘었으며 중졸 이하가 38.7%, 대졸 또는 대학중퇴가 4.5%로 나타났다.

이 단체 측은 “집창촌 성매매 여성의 절대 다수가 가족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수입이 갑자기 끊긴 여성과 그 가족의 생계가 막막한 만큼 정부가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01-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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