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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7 21:05 수정 : 2010.08.17 21:05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대통령이 대선 때의 자기 선거 참모를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한 나라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민주국가에서, 최고 권력자가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명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 전혀 생뚱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지금 프랑스 언론인들이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작년 말, 지금까지 독립기관인 방송위원회가 후보를 심사해서 임명하던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 법을 고쳤다. 반대가 많았다.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며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는 데 언론계와 야당이 입을 모았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지금까지 권력 개입이 없는 공정한 공영방송 사장을 선정한다며 독립된 방송위원회에서 사장 후보를 심사해 임명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의 의중 인물들이 사장에 임명돼 왔지 않았나? 이제 위선을 그만두고 솔직해지자”고 맞섰다. 그 대신 “정치적 개입 의혹을 배제하기 위해서 방송위원회의 심의 인준을 존속시키고 상하 양원의 문화위원회에서 5분의 3이 반대하면 임명을 취소하겠다. 그러면 대통령의 임명을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설득했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솔직한’ 논리는 언론계와 야당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경쟁자가 없는 방송위 인준 과정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22일이면 물러나는 파트리크 드 카롤리스 현 사장은 2005년 방송위 청문에서 방송독립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할 때 그 공약을 방패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영방송 사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 지명자에게는 이제 그런 절차가 필요 없다. 국회 청문회도 여당이 다수를 점유한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7월 중순 실시된 상하 양원 문화위원회 청문에 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불건전한” 공영방송 사장 임명 방식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방송 기자조합(SDJ)도 대통령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에서 레미 플림랭 같은 훌륭한 사장이 임명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의 결정은 하나하나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압력 여부를 떠나서 공영방송의 공신력을 크게 해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도 대통령이 프랑스 텔레비전 사장을 임명함으로써 2년 후의 대선을 앞두고 내년부터 공영방송 뉴스의 방향을 놓고 언론인들의 우려가 높다. <르몽드>가 플림랭 사장 임명 직후 벌인 인터넷 토론에서도 이런 우려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플림랭 사장에 대한 강도 높은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그의 보도 개입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언론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사르코지는 언론을 다루는 “도사”로 알려져 있고 두달 전 르몽드 매각 때도 개입하려 했던 정치인이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지키는 것은 사장 한 사람의 역할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자의 몫이며 이제 프랑스 텔레비전 기자들의 역할을 기대할 때라고 르몽드의 인터넷 토론은 결론지었다.

프랑스에서는 사장의 적격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 자체가 언론의 독립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는데 대선 때 대통령의 선거 참모를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한 엠비 정부는 자신들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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