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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31 21:02 수정 : 2010.08.31 21:02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지난 2008년 말 발간된 ‘유엔미래보고서’는 2020년이면 사라질 직업군에 ‘언론인’을 포함시키고 있다. 1인 블로그, 1인 미디어, 1인 방송국 시대가 열려 모두가 방송이나 신문기자가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너무 앞서 가는 미래예측이긴 하지만, 뉴스 생산을 신문사와 방송사의 ‘기자’들이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하다.

최근 방영된 ‘4대강 수심 6m의 비밀’(<문화방송>(MBC) ‘피디수첩’)과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의 진실’(<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우리는 뉴스가 이미 기자들의 고유영역이 아님을 확인한다. 두 방송 프로그램이 일으킨 파장은 기자들이 뉴스를 다루는 태도가 얼마나 미지근하고 소극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4대강’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어떤 국토(자연)를 물려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오른 ‘영웅’ 오은선씨가 휘말린 진실게임은 우리 사회 도덕성의 수준을 잴 수 있는 시험대다. 매일 새로 발생하는 뉴스를 쫓는 기자들에게 ‘새롭지 않은’ 이슈로 눈을 돌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일단 방송 프로그램이 이들을 다시 뜨거운 이슈로 달궈놓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신문들이 보도하고 있는 속보에서는 흡사 남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냉랭함이 느껴진다.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에 대한 반박을 역시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끝이다. 보충취재도 없고, 토론을 이끌어가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제시도 없다. 4대강의 경우는 더 심하다. 대부분의 신문은 ‘피디 수첩’의 내용조차 소개하지 않았다. 모두들 팔짱 끼고 서 있는 구경꾼의 태도 그대로다.

<한겨레>가 프로그램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사설에서도 다뤘지만, 여기서도 ‘피디수첩’을 넘어서는 새로운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한겨레>는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나는 반대한다-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라는 책을 이례적으로 길게 소개함으로써 4대강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4대강 문제를 다룬 책을 소개하는 것일 뿐, 문제 자체를 기자의 눈으로 정리하여 정면으로 다룬 기사는 아니다.

기자들은 어느새 공급되는 뉴스만 받아먹는 데 길들여져 자신의 설 자리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 기자들은 왜 이런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쏟아지는 뉴스가 너무 많아 새 뉴스의 발굴 쪽으로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뉴스를 만드는 과정은 어차피 ‘선택과 집중’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뉴스’는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가 아니라 인터넷의 차지가 된 지 오래다.

기자라는 직업이 도태된다면 그것은 그들의 고유영역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만이 고급정보에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옛날이야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에서도 중요한 정보는 중국의 네티즌들이 확인한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기자들이 자신의 고유영역을 지키려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문제를 우리들 삶의 현재 및 미래와의 연관 속에서 종합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기고, 세상에서 쓸모 있는 직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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