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7 22:17
수정 : 2010.09.07 22:17
MBC기자·피디들 저지대책 고심
<문화방송>(MBC)이 11월 정기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다시 술렁이고 있다. 경영진은 시사보도물인 ‘후플러스’를 없애기로 사실상 결정하고, 국제 교양프로그램인 ‘더블유’(W)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엠비시의 비판·보도 기능 약화를 우려했다. 사쪽은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앞둔 ‘경쟁력 키우기’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사쪽은 지난 3일 후플러스 제작진 면담에서 후플러스 폐지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차경호 보도본부장은 시청률 문제보다는 인력사정 등 내부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후플러스 폐지 이후에 ‘시사매거진 2580’이 후플러스의 노하우와 심층성을 이어받으면 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연성 아이템을 다루는 ‘2580’의 변화를 통해 강한 고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종편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 측면과 함께, 시사보도물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형식과 방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시청률과 공익성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진과 기자회 등 구성원들은 한목소리로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정하지 못했다. 이번 개편의 ‘정치적 의도’를 강하게 의심하지만 사쪽이 내세운 논리를 전면 배척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상당수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기자회 자체 설문 결과 14년차 이하 기자의 95%가 후플러스 폐지를 반대했다.
최승호 ‘피디수첩’ 피디는 “방송에서 정권이 불편해할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피디수첩과 후플러스 정도이다. (후플러스 폐지는)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엠비시의 사회감시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 후플러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문제나 경인운하 등 민감한 사안을 종종 취재 목록에 올렸다.
성장경 문화방송 기자회장은 “경쟁력을 키운다며 보도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후플러스의 한 제작진은 자사에서 기자가 제작하는 유일한 심층탐사 비판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인력난 때문에 후플러스와 2580 가운데 하나로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은 기자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시사보도물이라고 모두 공익적이지는 않다. 사회의 근본 문제를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며 “(후플러스) 후속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방송사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엠비시에 요구할 수 있는 공익성의 수준이 뭔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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