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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9 20:02 수정 : 2010.10.19 20:02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타블로의 학력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에 대해 언론들은 한국 사회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라고 우려했다. 익명의 누리꾼들이 퍼뜨리는 불신과 증오의 바이러스가 무섭게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를 이용하여 전혀 다른 사안으로 논리를 비약한다. 한 신문은 ‘광우병, 천안함, 그리고 타블로’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 2008년 … ‘광우병 괴담’이 확산했고, 올해 들어서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음모설이 인터넷 공간을 무대로 날개돋친 듯 퍼졌다”고 보도했다. 한꺼번에 싸잡아 괴담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른바 허수아비 논법이다. 허수아비 논법은 동일한 성격이 아님에도 마치 같은 사안인 양 호도하여 왜곡하는 전형적인 궤변이다. 논쟁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약점이 많은 허수아비 주장으로 슬쩍 바꿔놓은 뒤, 터무니없는 엉터리라고 선동하는 수법이다. 허수아비 주장은 워낙 허점이 많으니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천안함 합조단의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졸업을 믿지 않는 사람과 같은 부류로 몰고 간다. 타블로 학력의심 네티즌들이 허수아비로 이용된 것이다.

두 사안의 차이의 핵심은 합리적 의심인가 아닌가에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온갖 의문투성이다. 사고 지점, 물기둥, 휘어진 스크루, 흡착물질, 폭약성분 등 어뢰격침설을 뒷받침하는 핵심 쟁점 모두에 오류가 있다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의심은 매우 상식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숱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그래서 합리적이다. 합리적 의심은 진실을 규명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 진실은 합리적 의심을 통하여 드러난다. 정부와 합조단은 합리적 의심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발표했으니 무조건 믿으라고 우기거나 윽박지를 일이 아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비난의 목청을 높일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합동조사 결과가 온갖 의문점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천안함의 북한 공격설을 의심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논법은 최소한의 상식 밖이다. 이성적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면 이는 전혀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을 단박 알 수 있다. 전형적인 편가르기를 통해 진실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수법이다. 정부 발표를 믿는 것은 북한 또는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와는 별개다.

언론은 아무리 정부 발표를 믿고 싶다 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쯤은 당연히 지적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에 편승하여 부풀리고 선동하기에 바빴다. 믿고 싶은 것이나 주장하고 싶은 것만 보도하는 것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반이성적이고 반언론적이다. 정치적 선동매체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을 찾고자 한다면 합리적으로 의심이 갈 만한 점들에 대해 좀더 조사하고 추적 취재해야 마땅하다. 언론은 주장이나 발표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통해 진실을 찾아간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은 정보원에 휘둘릴 것이며, 그들의 대변자로 전락한다. 진실을 묻어두는 홍보지가 된다. 비판정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언론의 본질이며 합리적 의심을 거름으로 한다.

한 유력신문은 지난 정권 때 스스로를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규정했다. 언론에 대한 탄압이 있더라도 진실을 보도한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할 말은 하는 신문”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신문”이다. 실체적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아예 없어 보인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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