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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종편 채널특혜 ‘행정지도’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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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방송사업자들 ‘눈치보기’ 불가피
“채널편성권·송출수익 침해하는 발상”
방통위 “민간자율 유도 위한 지침일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에게 ‘황금채널’ 배정을 시사하며 거론한 ‘행정지도’의 의미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이를 두고 방송사업자간 ‘분쟁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의 지침’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는 규제기관의 다양한 압박수단이 수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지도, 행정지원이라는 표현은 법적 규정이 없는 편의적 개념이다. 방통위의 이상학 방송정책기획과장은 “지상파와 케이블이 재전송 분쟁 때 공신력 있는 정부가 나서 해법을 찾은 것처럼 민간 자율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침이나 역할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블 재전송이나 월드컵 중계권 분쟁에선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은 중재와 권고였다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과 종편사업자 간의 구도에선 종편이라는 특정 사업자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르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도 “행정지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공개적 으름장으로 규제 기관의 책임자가 선언했다는 점에서 직접적 지침을 내리지 않더라도 에스오들에는 부담이며 사실상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한명옥 변호사는 “‘행정지도’라는 용어 자체는 행정법상으론 문제가 없다”면서도 “지금처럼 조선·중앙·동아 종편을 살리기 위해 에스오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언련과 미디어행동은 지난주 성명을 내어 “조중동 종편 특혜채널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행정지도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하지만, 재허가·인수합병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에스오들 처지에서는 규제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브로드·씨제이헬로비전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7곳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불공정 공급과 관련해 조사를 벌인 것을 두고도 뒷말이 있었다. 종편 도입을 앞두고 ‘에스오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사 대상 사업자들은 현재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통위는 채널 배정과 관련해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채널을 블록처럼 한곳에 몰아서 채널을 배정하는 것이 시청자 권익”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같은 성격의 채널끼리 묶어 배치하는 ‘채널 연번제’를 지칭한다.
하지만 에스오들은 이를 ‘편성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채널 배정은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전에는 에스오와 피피들 간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당시 피피 등록이 허가제여서 채널이 많지 않아 <와이티엔>(YTN) 등은 고정채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피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숫자가 늘어나자 편성권은 자연히 에스오들한테 넘어갔다. 물론 채널 편성권이 방송사업자의 절대권한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치우치거나 시장의 공정질서를 깨거나, 채널 구성이 시청 접근성과 거리가 있다면 방송정책을 바꿔 국가가 편성 규제를 하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채널 편성권이 에스오에 있다’는 것은 옛 방송위 시절부터 규제 기관의 공식적인 해석이었다. 2007년 3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시민단체가 지상파 채널 사이에 홈쇼핑이 들어가는 것을 국가가 규제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을 때 당시 방송위 간부는 “채널 편성권한은 에스오의 고유 권한인 만큼 규제가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해 에스오들이 5개 홈쇼핑 사업자에게서 받은 황금채널 ‘자릿값’ 명목의 송출 수수료는 총 3854억원이다. 에스오의 한해 순익 2835억원을 웃도는 규모로 수익구조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방통위의 행정지도 언급에 대해 에스오들이 위헌적 발상의 ‘재산권 박탈’이라며 “상상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는 이유이다. 성기현 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종편이 좋은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적극적으로 윈윈 시스템을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굳이 행정지도라는 말로 자충수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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