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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7 09:19 수정 : 2010.10.27 09:19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진 지 1년이 됐다. 그런데 아직도 “헌재 결정”은 법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헌재는 미디어법에 대해 “절차는 위법이나… 무효는 아니다”라는 애매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복잡한 결정문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위법이지만 유효”라는 것이었다. 민주주의의 상식을 공부해 온 많은 국민들은 퍽이나 헷갈렸다.

당시 생중계된 헌재 결정 과정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은 헌재가 ‘신문법’에 대해 대리투표 의심행위가 다수 발견되고, 질의·토론 절차를 생략했으므로 “절차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박수를 보냈다. 이어 방송법 재투표에 대해서도 이미 부결한 법안 재투표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역시 “절차상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호했다. 그런데 웬걸, 헌재는 이들 법의 무효청구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했다. 절차상의 위법에 대해 헌재는 “국회가 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발을 뺐다. 법적 논란을 해소시켜야 할 헌재가 어정쩡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그리고 “위법이지만 유효”라는 결정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위헌적이며 위법적인 결과를 정당화하는 듯하여 많은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마치 “성공한 쿠데타는 유효하다”는 것과 같이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결정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분노한 야당 의원들은 헌재 결정 직후 미디어법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약 2개월 뒤 헌재는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침해 행위는 “국회의 자율적인 시정에 맡겨야 하다”며 역시 발을 뺐다. 가결선포 무효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헌재가 인정한 심의·표결권 침해와 관련, 국회의장이 그 시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부작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 7월 공개변론을 한 바는 있으나 그 뒤 심리중이라며 10개월이 넘도록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미디어법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미디어법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내세운 미디어법 강행의 명분은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여론 다양성 확대 그리고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이었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지금 그런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전망도 불투명한 - 실은 비관적인 - 종편 채널을 어느 신문사에 주느냐만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종편을 살리기 위한 온갖 무리수가 동원되고 있다. 종편에는 의무 재송신과 광고, 편성상의 법적 특혜도 모자라, 방통위가 이른바 ‘행정지도’를 통해 케이블방송자(SO)에 채널연번제나 지상파에 인접한 낮은 번호대 배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최대 케이블방송사인 티브로드의 모회사인 태광그룹을 저렇게 때려잡고 있는데 항변하기엔 살 떨릴 판이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신료 인상 강행마저 한국방송 광고를 줄여 그것이 종편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려는 방책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헌재는 결단을 내려 재난을 막아야 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지난 9월 “헌재가 미디어법과 관련된 부작위 권한쟁의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면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다. 결정을 늦출수록 이는 결과적으로 재난을 방기하는 것이 된다. 헌재의 명예회복을 기대해 본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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