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1.03 09:41 수정 : 2010.11.03 09:41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11일 극도로 분파적인 영국 신문들이 역사적인 불화의 전통을 깨고 머독의 언론시장 장악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서 전례 없는 공동전선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데일리 메일>, 중도 진보의 가디언, 노동당 지지의 <데일리 미러> 등의 소유주와 대표들은 이날 경쟁규제를 관장하는 빈스 케이블 산업부 장관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의 스카이(BSkyB)방송 흡수를 허가하지 말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뉴스 인터내셔널을 통해 이미 스카이가입자 986만명으로 영국 최대의 유료방송 주식 39%를 소유하고 있는 머독이 한 달 전 이 방송 지분의 완전 인수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이미 판매 부수 1위의 <선>(314만부)과 <더 타임스> 등을 소유해 신문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영국의 선거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머독이 스카이방송까지 장악하게 되면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돼 “언론 다양성에 심각하고 광범위한 영향(위협)”을 미치게 될 것이며 이런 현상은 곧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머독의 스카이 흡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류 언론의 입장이다. <비비시>의 마크 톰슨 사장을 포함해서 방송사 대표들이 동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디어 재벌의 여론시장 독점을 막고 언론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주류 언론들이 정부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는 특이한 언론자유 투쟁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의무가 있는 국가가 그 역할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전문가로 미디어 연구소(Enders Analysis)를 운영하고 있는 클레어 엔더스 역시 머독이 스카이를 장악할 때 벌어질 위험을 내다보고 케이블 장관에게 이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그의 반대 이유는 간단하고 설득력 있다. 종편을 노리는 한국 신문에도 해당하는 지적들이 눈에 띈다. 엔더스는 머독이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가격 덤핑을 불사하고 이익을 위해서는 정치권력과의 결탁도 주저 않는다는 정평이 나 있는 재벌로서 언론 권력을 개인의 상업적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반대의 첫째 이유다. 따라서 머독이 스카이를 장악하면 스카이 뉴스 부서와 선, 더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등 계열사 신문의 편집국을 통합할 것으로 본다. ‘원 소스 멀티유스’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종편을 기대하는 한국 신문들의 구상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사령탑 한 군데서 계열사 미디어의 뉴스를 통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영리 추구에 밝은 머독은 스카이 가입자들에게 자기 계열사의 신문이나 웹사이트를 싼값으로 공급하는 판매 전략을 시도하고, 수익률이 높은 스카이에서 번 돈을 경영이 어려운 미디어를 지원하는 자금으로 전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머독계가 아닌 이사들의 견제로 어려웠지만 머독이 스카이를 흡수하면 가능해진다. 방송을 갖지 않은 신문한테는 아주 불리한 부당경쟁 행위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 신문들이 종편을 갖게 되면 비슷한 일이 우리 눈앞에서도 전개될 수 있다.

머독의 스카이 지배는 문제점이 많지만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머독의 신문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에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 정권이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언론이 정치세력과 유착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도 종편 문제를 놓고 비슷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한겨레 주요기사]

■ 서울-부산 반나절 생활권? 열차 기다리다 반나절
■ 신병 교육때 전화통화 금지는 ‘합헌’
■ 북한 “우리 어뢰조각 건네줄 용의있다”
■ “쿠릴열도는 일 북방영토” 미국은 이번에도 ‘일본편’
■ 두들겨맞는 ‘면책 특권’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