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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20 16:23 수정 : 2010.11.20 16:30

“그놈이 먼저 욕했다구요 ㅜㅜ” (기성용 @kirrard16 ?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말싸움을 벌인 이유를 밝히며)

“가끔은 창의적이어야 할 때도 있는거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ristiano ? 경기 도중 등으로 패스하는 묘기를 부린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환경이 진화하면서 스포츠 기자들의 취재 영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취재와 정보 획득의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누리던 ‘전달자’로서의 권위가 매체 다변화 속에서 서서히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스포츠 스타와 대중의 연결고리는 오롯이 기자들의 몫이었다. 신문과 TV가 매체의 전부이던 시절, 일반 팬들이 알 수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소식은 기자들이 전하는 기사나 중계 화면에서 보여지는 그림이 전부였다. 스포츠 스타들과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건 미디어의 특권이었고 이를 통해 습득한 정보와 견해는 미디어의 취사선택에 따라 팬들에게 전달됐다. 대중은 미디어가 택한 소식만 접할 수 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정보의 독과점이 불가능해졌다. 미디어 종사자들이 정보의 유통을 좌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 산업의 발전은 스포츠 스타들이 미디어와의 관계에서 점점 더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이제 스포츠 스타들은 미디어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스포츠 미디어가 대중에게 스타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결코 쉽지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때마침 등장한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기존 스포츠 미디어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팬들을 곧장 연결시켜주었다. 이제 팬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와 같은 다양한 SNS를 통해 스포츠 스타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 스타와 팬들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성용과 호날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제 팬들은 특정 이슈에 대한 해당 스타의 반응과 견해를 매스미디어가 아닌 당사자에게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개인적인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털어놓지 않을 것 같은 내밀한 이야기도 종종 이 공간을 통해 흘러 나온다. 스포츠 스타에게 대중이 갖고 있는 소소한 궁금증들을 전해주는 것이 기존 매스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였지만, 이제 이 역할이 스타 개인 소유의 미디어라 할 수 있는 SNS로 이관된 것이다. 스타가 직접, 혹은 대리인이 대신 운영하는 SNS는 팬들에게 기존 미디어보다 더 높은 신뢰를 받는다. 그 어떤 미디어보다 충실한 수용자를 거느린 SNS는 중간 관리자 없이도 정보의 교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스포츠 미디어보다 더 매혹적이다.

 이처럼 SNS의 급속한 발전은 스포츠 스타와 팬들 사이에 놓인 매체의 존재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스포츠(혹은 연예) 미디어가 생산하는 컨텐츠의 다수를 차지하던 가십성 뉴스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파파라치들이 애써 건져낸 사진 한 장이 스타가 SNS에 올리는 사진 한 장보다 못하다면 구입하거나 광고 틈에서 뉴스를 확인해야 하는 기존 매체의 매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관련 정보의 원산지(스타)와 최종소비자(팬)가 매스미디어(도매상)를 생략한 채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안그래도 인터넷 홍수에 흔들리던 스포츠 미디어의 존립은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됐다. 웹서핑이나 SNS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십이나 뉴스의 충실한 배달자의 역할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 비해 크게 앞선 접근권이나 아카이브, 그리고 전문적 식견을 활용하는 컨텐츠의 생산 증대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SNS의 발전은 독자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취재원들이 오보나 음해에 직접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강화된 것이기도 하다. 부정확한 보도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내용에 대해서는 취재원들이 직접 반론을 펼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맨유의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잉글랜드 대표팀 탈락 관련 기사에 자신이 훈련 중 다쳐 빠졌다는 보도가 나가자 “그런 적 없다”는 불만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미 속보와 상보를 인터넷에 내준 스포츠 미디어들이 나아갈 방향은 취재원들이 SNS에 직접 공개하는 정보를 스크랩하듯 Ctrl + C and V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미니홈피나 트위터에 공개된 글을 오려붙이는 대신, 취재와 집필의 영역에서, 또 기획과 분석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급속히 발전하는 매체 환경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스포츠 매체의 수명은 우리 생각보다 더 짧아질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글/ 서형욱

서형욱은 MBC와 MBC SPORTS+의 축구해설위원이다. 2000년부터 TV 축구 중계를 시작했고 2005년에는 단행본 <유럽축구기행>을 펴냈다. 트위터(@minariboy)와 미투데이(minariboy)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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