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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7 16:48 수정 : 2010.12.27 20:17

사진 케이비에스 제공.

KBS 연예대상 최우수상 받은 김병만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주자
공채 8전9기…묘기개그 열연

“(연예 대상을) 정말 받으면 어떡하나, 그게 더 걱정이었어요. 그런 생각이 든 걸 보니 제가 아직은 준비가 안 된 거겠죠. 대상 후보에만 올랐다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최우수상을 받아서 기쁩니다.”

개그맨 김병만(36)은 2010년 크리스마스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듯하다. 하루 종일 마음이 수십 번은 요동 쳤기 때문이다. 3년 동안 <케이비에스 연예대상> 후보였는데도 올해 유독 ‘이경규-김병만 2파전’이라며 그가 대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마음을 비웠던 그도 “올해는 이상하게 인터뷰 요청도 많았고 생방송 때도 예전보다 카메라가 내 쪽을 많이 향하더라”며 “‘아, 이거 자꾸 기대만 높여주시네’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김병만은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에 그쳤지만 대상 이상으로 값지다. ‘유재석-강호동-이경규’ 등 예능 프로 진행자들이 지상파 3사의 연예 대상을 돌아가며 받는 상황에서 정통 코미디를 하는 김병만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지난 22일 <개그 콘서트> 녹화 현장에서 만난 이수근도 “개그맨이 강력한 후보가 된 건 2003년 박준형 선배가 대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김병만이 대상을 받으면 정통 코미디가 인정받는 상징적인 의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병만은 “대상은 못 받았지만 동료들이 너무 잘했다고 기뻐했줬다”며 “상이란 게 내 노력보다는 많은 분이 인정해줘야 받는 것인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으니 더 열심히 해서 (정통 코미디가) 인정받는 것을 꼭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표현은 안했어도 개그맨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던 모양이다. 지난 25일 시상식 현장에서 본 그는 내내 경직되어 있다가 최우수상을 받고 자리에 돌아온 뒤에야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사진 케이비에스 제공.
5분 방송용 일주일 넘게 연습
“‘달인’은 혼자 하는 무한도전”

개그맨이 된 지 10년. 김병만은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주자다. 개그맨이 되기 전 4년 남짓 연극을 하며 닦은 탄탄한 연기력에 2000년 데뷔 때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배운 태권도, 레슬링, 쿵후 등을 개그에 접목했다. 그가 잘 할 수 있는, 그만 할 수 있는 개그였다. 하지만 입담 좋은 개그맨이 인정받는 현실에서 ‘몸으로 웃기는’ 그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2007년 ‘달인’ 때부터다. “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뭘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몸으로 하는 연기는 오래 못 간다는 걸 깨닫고 연기를 했어요. 과거에는 마구잡이로 무술만 하며 몸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캐릭터를 설정해 연기를 합니다. ‘달인’이 인정받은 것도 캐릭터를 잘 잡았기 때문이에요. 허풍떠는 사람이 많은 시대 분위기도 잘 탄 것 같고(웃음).” 지난 9월 추석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한 <달인쇼>는 20%가 넘는 시청률로 연휴 프로그램 중 최고를 기록했다.


 그는 노력의 달인이기도 하다. 3년 동안 <개그 콘서트>에서 매주 새롭게 선보인 아이템만 150여개에 달한다. 웃을 수만은 없는, 묘기에 가까운 그의 달인 개그도 몸과 마음을 혹사해서 나온 것들이 많다. 그는 5분 정도 방송하는 달인 코너를 1주일 이상 연습한다. 곧 선보일 외줄타기는 한 달째 배우고 있다. 책상에 앉아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직접 체험하며 아이디어를 찾는다. 물구나무 서서 생활하는 달인은 후배들이 회의 할 때 직접 물구나무를 서서 질문하며 빚었다. 밥을 먹다가도 캔을 젓가락으로 달인처럼 뚫을 수 있을까 궁금해 직접 해보다가 손가락을 다친 적도 있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없으면 못해요. ‘달인’은 혼자 하는 <무한 도전>입니다.” 그렇다고 그는 몸만으로 웃기지는 않는다. 몸개그를 시도하다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을 향해 한마디 툭 던지는 게 빵터지게 한다.

단박에 인기를 노리거나 한눈팔지 않고 반계단씩 올라가는 꾸준함이야말로 그의 무한 도전 정신이다. 뮤지컬로 몇 개월 <개그 콘서트>를 빠진 것을 빼고는 항상 무대에 섰다. 다른 개그맨들은 코너가 이어지다 끊어지지만 김병만은 거의 항상 코너를 유지해왔다. 절대 빠지지말자는 긴장감과 절박감으로 버티며 개콘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피디들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재미있겠다 싶으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개그로 만드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반드시 전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 것이 그의 생명력이라고 한다. “시작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개그맨 공채 시험을 8번 떨어졌어요. 힘들게 붙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죠(웃음).”

영화 <선물>에서 함께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이수근은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데뷔한 지 1,2년 된 상황이었다면 어린 나이에 (그가 먼저 성공한 것을) 질투도 했겠지만 지금까지 다툰 적도 없어요. 말을 잘 못하는 전, 수근이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전 상황극을 가르쳐 주는 등 서로 돕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슬랩스틱을 넘어 희극배우로 인정받는 것”이다. “어렸을 때 심형래 선배의 코미디를 보고 슬랩스틱을 좋아했는데, 저는 운동을 접목해서 시청자들이 조마해하는 스릴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김병만표 코미디로 역사에 남는 코미디언이 되는 게 꿈입니다. 저만의 코미디를 단편 영화로도 만들고 싶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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