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1.03 19:49
수정 : 2011.01.0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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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미디어행동·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지난 12월31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방통위가 보수신문을 종편사업자로 선정한 것을 규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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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전문가들이 본 ‘종편 무더기 선정’
우려는 한결같았다. 정부의 종합편성채널 선정 결과를 바라보는 방송계 원로들과 학회·단체 전·현직 대표들의 시각은 매우 비판적이었다. 세밑 마지막 날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 다자구도’(<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는 ‘정책’이 아닌 ‘정치’의 산물이란 불신이 팽배했다.
조중동을 모두 끌어안은 정부가 종편 생존을 위해 미디어생태계 전체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을 두고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지적이 거듭됐다. 낮은 채널 배정과 광고규제 완화를 통한 인위적 종편 지원이 방송시장 전반에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비슷했다. 이문영 김정필 기자 moon0@hani.co.kr
광고확보 안되면 공정보도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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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대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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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장의 광고 크기로 볼 때 방송통위가 종편 4개를 선정한 건 굉장히 무책임한 처사다. 기존 지상파방송 3사에 종편 4개가 경쟁에 뛰어든 형국인데, 방통위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너무 어두운 전망인지 모르지만, 길게 잡아도 5년 안에 종편 사업자한테서 비명 소리가 나올 거다. 방통위가 비명을 최소화하고자 여러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편 사업자의 성장 목표치를 정해 놓고 다른 사업자에 손해를 입히는 방식은 곤란하다. 신문 사업자가 언론 본연의 공정성 잣대에 근거해 종편 사업을 시작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광고 물량이 확보 안 돼 경영이 어려워지면 보도 공정성과 객관성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2~3년내 자본 잠식…M&A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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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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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종편의 성공을 예상하지 않는다. 일단 광고시장은 종편이 들어온다고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현재 방송시장은 종편 1개도 수용하기 어렵다. 자본금 3000억~4000억원으론 2~3년 안에 자본이 잠식될 수 있다. 서로 인수합병될 가능성도 높다. 방통위가 사전에 시장상황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종편 개수를 정해놓고 사업자를 선정했어야 한다. 합격점 넘으면 다 준다는 건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정부가 추가 특혜 조처를 취해선 안 된다.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종편 취지 아닌가.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 방송은 공정성·중립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지상파 방송 3사의 논조가 비슷해지고 있는데, 서로 동일한 논조의 종편·보도 사업자 5개가 방송에 더 들어오면 여론이 획일화될 가능성이 크다.
‘황금채널’ 내줄땐 재산권 다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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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 전 방송학회장·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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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업자들이 불투명한 신문시장의 돌파구로 종편에 진입했는데 성공과 실패는 장담할 수 없다. 종편은 많아야 1개라고 판단했는데 4개가 들어오는 건 반대다. 종편 4개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링거를 꽂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종편사업자들도 답답할 거다. 간접광고 등을 통해 방송시장의 광고파이를 키우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종편 특혜로 거론되는 ‘황금채널’ 문제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현재 낮은 채널에 들어가 있는 홈쇼핑을 뺄 경우 이들의 수익이 떨어지면 방통위가 책임질 건가.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채널편성권을 침해하는 것도 월권이다. 여론 다양성은 상당히 우려된다. 특화된 차별화 전략이 미디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시청자가 판단할 거다.
시청률 경쟁 치열…방송의 질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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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 언론학회장·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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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결과부터 실망스럽다. 소문에서 거론되던 사업자들에게 다 줬다. 심사가 통과의례나 마찬가지였단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이번 결과대로라면 정부가 정권 탄생을 지원해준 조중동에 보은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향후 방송들은 살아남기 위한 낭비적 경쟁이 심화될 것이며, 시청률 경쟁으로 방송의 질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종편과의 경쟁에 치인 지상파 방송의 질까지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종편에 낮은 채널을 배정하고 의무 재송신을 부여하며 광고 금지품목까지 풀어주면, 이게 국민을 위한 방송정책인가, 조중동을 위한 정책인가. 정부는 무리한 지원 정책이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론 보수화로 획일성만 더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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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영 방송독립포럼 상임대표·전 <한국방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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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방송에 참여시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여론다양성을 증진시키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종편 도입 논리였다. 하지만 전체 언론시장을 놓고 보면 조중동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조중동이 방송까지 장악하면 여론다양성이 아니라 여론의 획일성만 강화된다. 정부 논리는 속임수다. 조중동은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절대 ‘죽을 수 없는’ 사업자다. 생존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 허용을 요구할 것이고, 정부는 ‘너희끼리 먹고살라’고 하면서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종편 사업자들은 신문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기업에 광고를 압박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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