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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던스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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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다양성 위해 공교육화
“정규과목으로 가르쳐야 효과”
한국서 강연한 로저 던스콤 멜버른여대 교수
“민주주의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깨우치는 게 바로 미디어교육입니다.”
숙명여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명한 미디어교육 전문가인 로저 던스콤(사진) 멜버른여대 교수는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특정 사회의 산물인 미디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민주시민으로서 정치·사회의식 함양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디어교육이 1992년부터 초·중·고교의 공교육 교과과정에 편입되었다. 댄스·회화·시각예술 등의 과목과 함께 예술 영역의 선택 과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미디어교육이 앞선 이유는 다인종 국가라는 배경이 있다. 다문화주의를 증진하기 위한 통합정책으로 정부가 나서서 매체마다 다양한 인종들이 참여해 지배인종인 백인의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지원해왔다.
던스콤 교수는 “미디어교육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진입하는 데는 20년이 걸렸다. 1970년대부터 열성적인 교사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입시 위주에 밀려 재량·특별활동이나 방과후 활동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미디어교육 현황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프랑스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공부가 먼저라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해 다른 정규 과목에서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며 “뉴미디어와 소셜미디어 등의 문화적 함의나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각종 미디어와 관련한 교육은 어느 과목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정규 과목으로 들어가야 제대로 된 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요즘 관심은 미디어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과 교재 개발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미디어교사연합회 빅토리아주 대표이기도 한 그는 “최근 미디어가 예술 영역 중 두번째로 인기있는 과목이 되면서 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질 높은 교사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극복해야 할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의 미디어교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그것이다. 정치인들이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을 외면하면서 재정 지원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신문·방송 겸영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루퍼트 머독이 고향인 이 나라에서 신문·잡지 등 출판미디어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현재 방송 진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 던스콤 교수는 “머독의 나쁜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여론의 다양한 목소리를 위해 교육단체들과 정당 등이 힘을 합해 (머독의 공세를)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숙명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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