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25 20:19
수정 : 2011.08.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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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엠비시 스페셜>(밤 11시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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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두 달간 취재
동 인구 30%…꼭 연길 같아
문화방송 <엠비시 스페셜>(밤 11시5분)이 26일 ‘가리봉동의 꿈’ 편에서 서울 가리봉동 ‘쪽방촌’을 찾아간다.
가리봉동 쪽방촌은 1964년 수출무역단지인 구로공단과 함께 생겨난 공장노동자들의 거주공간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20살 안팎의 젊은이들, 그 가운데 70% 이상이 ‘여공’이라 불리던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쪽방은 오빠나 동생의 학비와 고향에 부칠 돈을 벌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는 고된 노동을 감내했던 ‘우리 누이들’의 꿈과 눈물, 그리움이 켜켜이 스민 외딴방이었다.
제작진은 지난 6월 말부터 두 달간 살다시피 하며 가리봉동 쪽방촌의 오늘을 취재했다고 한다. 그곳엔 이제 ‘누이’들은 없었다. 30~40년 전 가족을 위해 눈물을 삼켰던 누이들은 사라졌지만, 대신 자녀교육과 가족 생계를 위해 헌신하는 조선족 동포들이 쪽방촌의 새로운 주인으로 바뀌었다. 한국 노동자들이 빠져나간 쪽방을 이들이 채우고 있다. 거리 곳곳엔 중국어 간판과 양고기·개고기·꿩고기 등 중국식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건설현장, 가사도우미, 식당종업원, 간병인 등 이른바 한국 사람들이 꺼리는 업종의 일을 하면서 방값이 싼 가리봉동으로 몰려든 것이다. 가리봉동의 조선족 동포는 올해 현재 7500여명으로 전체 동 인구의 30%가 넘는다 한다.
쪽방은 두 평도 안 되는 단칸방에 부엌이 딸린 형태로, 보통 한 집에 20~50개까지 들어 있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이런 쪽방을 운영하는 집이 가리봉동에 500가구나 있다.
카메라는 가리봉시장 입구에서 중국식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선족 김종근(50)씨 부부를 따라간다. 대학생 딸을 뒷바라지하는 이 부부는 10여년째 하루도 일을 쉰 적이 없다. 8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조차 고향을 가지 못했다. 노점 과일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조선족 김태순(62)씨는 충남 조치원에서 간병인 일을 하는 아내와 한 달에 한 번밖에 보지 못한다. 틈나면 우체국으로 달려가 고향 자식들에게 돈을 부친다. “돈 버는 거? 자식들에게 보태주지. 우리 다른 거 없어요.” 제작진은 조선족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버는 돈의 80%가량을 가족에게 부친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채환규 피디는 “요즘 가리봉동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는 마치 (중국) 연길에 온 것과 비슷하다”며 “이곳의 쪽방들은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아 살아 있는 현대사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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