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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30 19:17 수정 : 2012.10.30 19:17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정책 공약의 실종’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용어다. ‘정치공학’이라는 용어가 기준 없이 남용되는 가운데 이번 대선도 예외 없이 정치전략적 담론이 뒤덮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공약의 부재는 아니다. 유력한 후보 3인은 매일 공약을 쏟아내지만, 유권자에게 인지되는 선거 프레임은 여야의 정쟁 프레임과 야권 후보간 단일화 프레임이 지배적이다. 그렇기에 ‘공약의 부재’라기보다는 ‘공약의 상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곧 있던 것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약의 상실은 네 가지 차원에서 특이하다. 언론의 보도량만을 놓고 보면, 과거보다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정책은 뚜렷하게 인지되지 않는다. 둘째는 여야 후보들간 공약들이 상호 수렴하는 다소 기이한 현상이다. 정치지형은 양극화하는데 여야가 발표하는 공약은 과거 선거와 비교해서 서로 비슷해 구분이 어려워졌다. 복지나 일자리 창출 등 공약만 놓고 보면 후보자를 가리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셋째는 공약의 브랜딩화다. 공약 발표를 이벤트화하면서 유권자에게 공약 자체보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넷째는 공약의 복잡성이다. 유권자들이 공약을 이해하기에는 관련 이슈들이 너무 복잡해서 인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언론 기사는 의견이 사실을 압도해서 정보의 공허함을 느끼게까지 한다. 공약의 상실은 유권자의 합리적 투표를 방해하며 식견 있는 시민을 형성하는 데 장애를 주고 있다. 그 장애를 미디어가 메워주어야 하지만, 하루하루의 데드라인을 맞추어야 하는 신문이나 방송으로서는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플랫폼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미디어는 새로운 방식의 정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후보자들이 발표하는 정보들의 목록을 제공하는 단순 비교가 주를 이룬다. 그런 점에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프로콘(procon.org)의 활약에 우리 언론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콘은 미국의 비영리기구로, 대립하는 정치 정보를 편견 없이 비교해준다. 프로콘은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일절 말하지 않는다. 프로콘의 설립 취지는 정파성을 배제한 채 특정 이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진술을 제시해 비판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데 있다. 중요하고 논쟁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슈를 조사해서 제시하는데, 균형성과 포괄성, 솔직함, 원초적인 찬반양론의 포맷을 원칙으로 한다.

프로콘에서는 낙태 이슈에 대한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의 입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연설회장이나 토론회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언급한 중요한 진술이 모두 발제돼 상호 비교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슈 리스트는 선거 쟁점을 한눈에 알려준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후보를 찾고 싶으면 ‘퀴즈’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10가지 정책 퀴즈를 풀 때마다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후보가 제시된다. 정보가 폭증하는 시대에 기자들이 걸러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플랫폼으로서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취재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그것이 개방형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다면 공약은 상실되지 않을 것이다.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어렵다면 외부와 협업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 이번부터 황용석 교수가 ‘미디어 전망대’ 필자로 참여해 4주마다 칼럼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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