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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문화방송> 사장(뒷모습 보이는 이)이 27일 사직서를 낸 뒤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옥을 떠나고 있다. 이 사진은 한 조합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문화방송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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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내부대립 어떻게 풀까
반목탓 경쟁력 있는 프로 못만들어
“새 사장, 공영방송 정상화 위해
내부 화합 이끌 포용력 필요”
“시용직이 보도국 주요부서 차지
이런 구조 곧 해결 안돼” 비관도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26일 문화방송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해임안 가결로 물러나게 됐지만 그가 뿌린 갈등의 씨앗이 구성원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70일 파업을 전후로 해고·징계자들이 양산되는 가운데 사쪽이 시용·계약직을 대거 뽑으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김 사장에 의해 해고당한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은 27일 “문화방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구성원들의 화합 문제다. 김 사장의 전횡에 반대한 사람들이 80%라면, 보직 간부를 포함해 파업 불참자, 파업 중에 대체 인력으로 뽑은 인력 등 20%가 김 사장을 지지한 세력이다. 갈등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노사에 모두 비판적인 사람들도 존재한다. 문화방송의 한 관계자는 “‘반김’ 이 70%, ‘친김’이 15%, 그 구도 밖의 사람들이 15%”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에는 파업을 벌인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외에도 보수적 성격의 공정방송노조가 있는데, 최근에는 친사적 경향의 제3 노조도 만들어졌다. 파업 대체 인력으로 선발한 기자·피디 등 시용 인력이 100여명이다.
보도본부의 한 중견 기자는 “노조원과 파업 기간에 뽑은 계약직들 간에 갈등이 심하다. 같은 부서에 있으면서도 서로 동료로 인정하지 않고 말을 건네거나 인사도 잘 하지 않아 기획이나 공동 취재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실추된 회사 이미지와 신뢰를 조속하게 되찾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단합해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자는 “서로 생각이 너무 달라 소통 자체가 끊겼다. 시용·계약직들이 보도국 주요 부서를 차지하고 있으니 당장은 이런 구조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 해임안이 가결됐을 때 노조원들을 비롯해 김 사장을 비판했던 세력들은 환영했으나, 그를 지지하는 보직 간부나 시용직들은 충격을 받았다는 말도 갈등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이 때문에 후임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화합형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는 “문화방송은 프로페셔널리즘과 창의성이 잘 살려지는 조직적 문화의 특성이 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이 폭압적이고 기형적으로 인력 구조를 만들어 갈등을 확대시켰는데, 정상화를 위해 노조 등도 전략적으로 넓게 생각해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27일 사표를 냈다. 문화방송은 “김 사장이 방문진의 뜻을 존중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문화방송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확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제2의 김재철’ 안 된다 [한겨레캐스트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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