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25 20:19
수정 : 2014.05.25 20:19
|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최경영 기자
|
‘뉴스타파’ 김용진·최경영의 고언
KBS에 대한 기대 접고 떠났지만
내부고발에 간부까지 투쟁은 처음
“누구나 소유권 가진 공적매체니
분노만 하지 말고 적극 지원해야”
“<한국방송>(KBS) 투쟁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 (외압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이 있고 간부진과 일선 기자들이 함께 나선 건 한국방송 사상 처음이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진(사진 왼쪽) 뉴스타파 대표는 한국방송이 현재 ‘진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굉장히 소중한 국면”을 맞았다고 했다. 한국방송에서 권력감시 탐사저널리즘을 선구적으로 이끌었던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여러차례 보복성 징계를 당한 뒤 박근혜 대통령 탄생을 접하고 방송사를 떠났다. 한국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그에게, 한국방송이 사실상 ‘청와대 방송’으로 공인받은 지금의 상황이 역설적으로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 보도통제 의혹을 폭로한 이후 한국방송 전 직군에서 200명 이상의 보직 간부들이 사퇴했고, 보도국 기자들의 제작거부도 26일로 일주일째를 맞는다.
“방송사 사장이 뉴스 큐시트(뉴스 내용·순서 등을 담은 표)를 보는 것 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겠지만, (사장이) 자기 입장을 개진하려고 하면 외압이고 통제다.” 인사권자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구성원이 없다는 얘기다. 김 전 국장은 김인규 사장 때부터 사장이 매일 뉴스 큐시트를 보고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는 앞선 정권에서도 ‘공정성 논란’은 있었지만 2009년부터 시작된 김인규·길환영 체제에서 한국방송 저널리즘이 맞은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역시 지난 정권 때 보복성 징계를 당한 뒤 한국방송을 퇴사한 최경영(오른쪽) 뉴스타파 기자는 김 전 국장의 폭로를 두고 “내부 일선 기자들이 누구나 다 그러리라고 짐작했던 외압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김 전 국장의 폭로로 드러난 외압의 실체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령 청와대 홍보수석 라인 한 루트였을 거냐, 아니었다고 본다. 여권 실세나 국회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곳에서 전화가 있었을 것이다. 끈끈하게 맺어진 권언유착, 전화도 하고 만나고 술도 마시고 서로 ‘땡겨주고’, 상부상조하는 그게 과연 없었겠느냐, 기업은 없었겠느냐. 이런 상황을 보면 너무 뻔한 것이다.”
최 기자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방송이) 자기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파 뉴스의 대체재가 거의 없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온라인과 유선방송 등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길 사장이 현 사태를 수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요한 건 ‘길 사장 이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입장에선 한국방송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은 대통령부터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매달 같은 금액을 내기 때문에, 누구나 소유권을 똑같이 주장할 수 있는 공적 매체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상황에 분노하고 미워하는 게 맞지만,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지 말고 한국방송이 진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들도 이 싸움을 적극 지원해줬으면 한다.” 김 대표의 바람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