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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04 19:49 수정 : 2014.06.04 22:59

KBS피디협회, 진상조사단 꾸리기로
홍기섭 주간, ‘방송독립’ 배지달고
개표방송 진행 끝으로 보직 사퇴
사쪽 “길사장·청와대 개입 사실무근”
이사회, 오늘 해임제청안 논의

길환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청와대 입맛에 따른 보도통제’는 물론 <심야토론>의 주제 및 출연자 선정까지 통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 방송 피디협회가 즉각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가슴에 ‘방송독립’이 적힌 배지를 달고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진행한 홍기섭 취재주간은 최근 보직사퇴 부장들의 지방 평기자 발령에 항의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장영주 기획제작국 부장은 전날 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심야토론>의 아이템과 출연자를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한다. 책임프로듀서인 나도 맥없이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디에선가 컨펌을 받은 토론 주제는 우리가 하고자 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핫이슈 대신 정권에 부담 없을 다른 이슈를 선정하면서 정말 부끄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4월 <심야토론>의 책임피디(CP)를 지냈다.

실제 장 부장이 책임피디로 일하는 동안 ‘신년기획 2013 희망 대한민국’ ‘연중기획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대토론회’ ‘창조경제, 성공의 조건은?’ 등 박근혜 정부 쪽에서 편하게 느낄 만한 토론 주제들이 끼워져 있었다. 특히 1~4월 방영된 18번의 토론 가운데 6번이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주제로 진행됐다. 이 기간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의 북한 관련 주제는 4번이었다.

앞서 길 사장은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총선 당시 “시사토론 아이템 선정 과정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샀고, 한국방송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한 적도 있다. 당시 시사토론은 ‘종북세력 국회 입성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등 보수세력이 제기해온 이슈들을 주로 다뤘다.

또 장 부장은 교양 프로그램 <티브이쇼 진품명품>의 진행자 교체 과정에 대해 “사건의 한 당사자는 ‘사장이 이 건으로 청와대에 끈을 대는 일에 성공했다’고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며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월 담당 피디들의 반대에도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교체됐고, 이에 반발한 제작피디 4명을 모두 제작에서 빼버리는 인사 조처를 취했다.

한국방송은 4일 해명자료를 내어 “<심야토론> 아이템 선정은 국장·본부장을 거쳐 결정된 뒤 사장에게 최종 보고된다.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는) 진행자 선정위원회를 통해 결정됐다”며 “청와대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장 부장의 폭로는 이날 현재 일주일째 진행되고 있는 양대 노조의 파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방송 피디협회는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전했다. 새노조 관계자는 “설마설마했던 의혹들이 해당 프로그램 책임피디에 의해 폭로되자 피디들의 자괴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5일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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