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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지난 5월15일 <뉴스 9>에서 시청자에게 세월호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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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자성 뒤 취재 변화 들어보니
언론계 ‘재난보도준칙’ 선포했지만
보도 사후 점검·기자교육 안이뤄져
판교 사고 피해자 오보…관행 재연
사연 취재 자제 분위기는 정착돼야
2014년 언론계도 ‘세월호 참사’를 빼놓고 넘어갈 순 없다. 언론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대신, 본질을 벗어난 선정적 보도와 시민보다 정권에 충성하는 보도로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재난 주관방송사인 <한국방송>(KBS)의 보도국장이 ‘청와대 외압’을 폭로하고 사장이 해임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도 ‘세월호 보도 참사’에서 비롯됐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은 올해를 기억하는 낱말로 자리잡았다.
이에 많은 언론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 9월에는 첫 언론계 공동 ‘재난보도준칙’이 제정·선포됐다. 준칙엔 속보경쟁보다 보도의 정확성과 피해자 인권을 중시한다는 원칙이, 그리고 무리한 취재 자제 등 재발 방지 방안 등이 함께 담겼다. 각 언론사는 사고 등을 통해 준칙 준수를 다짐했다.
이런 반성 속에 우리나라 언론들은 한 걸음 나아갔을까. <한겨레>는 세월호 전후 취재·보도 행태 변화와 재난보도준칙의 정착 여부를 가늠하고자 26~28일 주요 신문·방송사 10곳의 2~5년차 현장 기자 10명의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뒤에도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판교 환풍기 추락 사고 등 주요 사건·사고를 취재해 왔다. 그러나, 현장 기자의 다수는 “제2의 보도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 기자의 절반은 세월호 전후 취재 현장이나 보도 행태가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판교 사고 때도 몇몇 언론사들은 “피해자 다수는 학생”이란 오보를 냈다. <에스비에스>(SBS) 보도국 간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오보는) 세월호 보도 때 저희들이 받았던 질책에도 불구하고 관행이 개선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사고가 터지면 사고 원인보다 눈물을 짜낼 수 있는 사연 취재에 집중하는 관행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래도 나머지 절반은 세월호 이후 피해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취재에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걸 느꼈다고 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판교 사고 때) 방송사 카메라들이 병원 건물 밖에서 대기했다. 나도 유가족에게 무선 마이크를 들이밀며 ‘심정이 어떠신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일간지 기자는 “세월호 이전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등에서 다른 언론에 ‘사연 단독 보도’가 나오면, 데스크는 심하게 닦달했다. 그런데 최근엔 ‘유가족에게 무리하게 다가가지 말라’는 말을 덧붙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도 “이런 분위기가 제대로 정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보도 참사를 의식한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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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9월17일치 사고(2면)를 통해 재난보도준칙 제정 사실을 알리고 준수를 다짐했다. 이 무렵 방송·신문사들은 일제히 재난보도의 개선을 약속했다. 지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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