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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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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광복 70년 기획 지면
<한겨레>는 광복 70년을 맞아 지난 5월부터 기획시리즈를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5월15일부터 5회에 걸쳐 소개된 ‘강대국 사이에서’를 비롯해 6월2일부터 네차례에 걸친 ‘수교 50돌 새 한-일 관계 탐색’ 시리즈가 그것이다. 조만간 동북아 문제를 재조명하는 8·15 기획도 소개할 예정이다. <한겨레> 독자들은 이번 기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이번 기획시리즈에 대해 ‘참신한 기획물’ 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 시리즈’라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좀더 쉽게 썼으면 좋겠다’거나 ‘온라인상에서 기획시리즈 검색이 잘 안되는 것은 문제’라는 등의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5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1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중계한다. 5기 열린편집위원회에는 정현백 교수(성균관대 사학)가 새 위원장으로, 임자헌 고전번역작가가 새 위원으로 합류했다.
새로운 아이디어 제공해 눈길각국마다 포커스 달라 혼란
한국 현실 대비 분석해 줬으면 ■ 광복 70년 기획취지 독자에게 충분히 전달 안돼 정현백 교수(위원장) 이번 주제는 광복 70주년 특집 기획이다. 첫 시리즈로 나간 ‘강대국 사이에서’와 지금 연재중인 ‘수교 50돌 새 한-일 관계 탐색’ 등을 중심으로 얘기해보자. 정연우 교수 광복 70주년 기획을 하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시리즈를 내보였다. 핀란드·싱가포르·폴란드·몽골·우크라이나 순서로 내보냈는데,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디로 나가야 할지 고민이 담겨 있는 기획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한국이 처해 있는 현실적 조건이 이런 나라들과 굉장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줬어야 한다고 본다. 또 핀란드의 경우 현재 상황이 어떻다는 것은 보여줬지만, 지금까지 어떤 과정과 어떤 딜레마들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과 대비해 분석적으로 보여줬으면 더 깊이있는 논의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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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분석기사 눈에 확 띄어
한-미관계 70년도 깊이있는 분석을 ■ 한국도 ‘끼인 나라’…남북관계 개선 유도해야 정현백 이제는 미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 배치 움직임과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 등 다른 주제를 논의했으면 좋을 것 같다. 최영묵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의 징용지인 ‘군함도 르포’ 기사는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런 기획은 <한겨레>만 할 수 있는 기획인 것 같다. 우리가 처한 외교, 끼인 나라 입장에서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남북관계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기사도 많이 썼을 것이지만, 그 문제를 좀더 강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결국에는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의 협력을 통해서 나름의 외교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밖에 길이 없지 않나. <한겨레>가 최근 1면에 그래픽까지 인용해 보도했던 사드 배치 파장 기사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칫 한국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한 게 눈에 확 띄었다. 정연우 한-일 수교 50년 기획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한-미 관계 70년을 반드시 짚어야 할 것 같다. 70년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친미 일변도의 한국 외교, 친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는 세력들에 대한 집중적 분석이 필요한 것 같다. 정현백 사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하는 얘기들이 전혀 일관성이 없다. 정부가 한 얘기들을 따로 상자기사로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면 우리 정부가 얼마나 무대응과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재 <한겨레> 기사를 보면, 사드와 관련해 미국 관계자들 이야기는 조금씩 구체적으로 나오는데, 여전히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부인도, 확인도 하지 않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인도 확인도 하지 않다가 항상 결과는 미국의 의도대로 가고 말았다. 전략적 무기를 구매할 때도, 파병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취재할 때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양식 있는 직업 외교관들의 생각이라든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들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박민희 독자들이 조금 복잡하더라도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게 바로 사드 기획이다. 지금까지의 사드 논의는 한·미 양국 국방부의 설명에 의존하면서 실제로 사드의 기술적 측면을 제대로 분석한 것이 없었다. 이번 사드 기획은 워싱턴 특파원이 장기간에 걸쳐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사드의 실제 능력과 그 함의를 취재·분석한 것이다. 또 복잡한 내용을 그래픽 등으로 설명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한 면도 있다. 사드 관련 정부 얘기 들어 봤으면
5·24조치 해제 등 지속적 기획을
남북·외교 관련 젊은이 목소리도 ■ 통합적 정보 제공에 더 힘써야 정현백 사드나 남북 문제 등에 관해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켜보면 통합적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정보가 굉장히 분산적인데, 특히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통합적인 그림을 보여주면 그제야 대다수 학생들이 수긍한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통합적 지식의 전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한겨레>가 매번 주요 사안에 대해 통합적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짧은 지면에서 연결고리를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미국을 통해서 우리나라 관계가 규정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가 공존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한겨레>가 담론을 사회에 던져주는 구실을 할 필요가 있다. 최영묵 <한겨레>의 외교 관련 기사를 쭉 읽으면서 지금까지 극단적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 앞으로라도 혹시 다른 정치적 문제나 외교 문제에 대해 극단적으로 가면 안 될 것 같고,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어쨌든 미우나 고우나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일본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그런다고 우리도 똑같이 따라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50년간 어떤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는지 부각시키고, 한-일 관계가 극단적으로 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한국도 올해가 외교적으로 중요한 해다. 결론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귀결된다. 우리 정부가 하루빨리 5·24 조치 해제 등 구체적인 방안을 취하는 데 있어 좀더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을 더 구체적으로 <한겨레>가 지속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겠다. 언론은 입이 아프더라도 계속 지적해야 한다. 이상재 이번 시리즈는 외교적 부분이라 그런지 너무 묵직하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조금 힘을 빼고 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 남북 문제, 외교에 관해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부미경 70주년 관련 기획물이 어떤 게 있는지를 검색하다가 느낀 것인데, <한겨레>는 너무 불친절하다. 온라인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했을 때 한눈에 정리돼 있어야 하는데, 검색이 너무 안 된다. 독자들 처지에서는 시리즈의 전체 맥락을 볼 수 없다. 광복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 8·15 기획 등의 시리즈가 개별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데 엮었을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정연우 여론조사 방식보다는 잠재심리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것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많이 다뤘는데, 그것도 좋지만 일본의 보통 사람들이 한국이나 동아시아의 질서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들이 품고 있는 미래는 무엇인지 따위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민희 지정학적 창이 열린다는 것은 그냥 가만히 누워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긴장이 높아지고, 두 강대국이 어떤 식으로건 서로의 관계를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사실 미지수의 상태라고 봐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더이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양쪽에서 끌어들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지정학적 창으로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있는 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지정학적 창이 열릴 때 정말 잘못 움직이면 굉장한 위기에 빠져버릴 수 있지만, 운신의 폭을 넓히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김종철 신문이 매일매일 발생하는 일상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한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을 같이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겨레>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동북아 문제라든지, 남북관계, 국제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기획을 준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별적 기획을 보면 군데군데 조금 불친절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기획할 때는 좀더 친절하게 만들기 위해 그래픽을 많이 곁들이고, 글도 쉽게 쓰자고 주문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오늘 지적들을 잘 정리해서 더 좋은 기획으로 독자들한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최익림 심의위원 choi21@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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