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디지털서 지면으로 확장한 ‘정치BAR’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놀이터’로 디지털에서 먼저 문을 열었던 ‘정치BAR’가 지난 6월 <한겨레> 지면 개편 때 확장개업했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우리 삶을 규정짓는 중요한 것임에도 이를 다루는 정치 뉴스가 너무 어렵고 불친절해, 쉽고 유익하게 다뤄보겠다는 취지로 매주 수요일 3개면을 펼치고 있다.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정치 무관심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내용·형식 등에서 재밌고 신선하다며 미디어 믹스 전략으로 환영한다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와 함께 정책 기사의 축소나 온라인과 달리 공식성을 갖는 지면에서 소재 선택의 균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치BAR를 통해 한국 정치의 후진 구조를 드러내 국회의원과 검찰 개혁 등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던져졌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3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8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젊은층에 경쾌하게 접근 소통 구실
한겨레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될 것
여권과 야권을 다루는 방식에서
객관적 거리 보장하는 것도 중요
|
해결 방법·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과정 등
국민이 잘 모르는 정치문제들을
잘 접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한 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집단 전기학’이 요즘 역사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950년대 영국이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데 왜 실패했는지를 관료와 정치, 복잡한 사회적 관계로 분석했다.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관료들에 대한 분석을 하면 어떨까. 서울시, 기획재정부, 청와대 등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와 그 조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 장관 또는 장관들의 집단 전기학을 쓸 수도 있다. 홍성일 정치BAR가 수요일 지면에 실리는데 지면 기사는 끝이 아니고 하나의 쉼표, 미끼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면에 나왔던 기사를 중심으로 인터넷에 다양한 콘텐츠가 배치되던데 관련된 팟캐스트나, 기존 정치면 기사들을 같이 제공하고 있다. 다른 구조적 이슈를 건드리는 다리가 되고 사람을 끌어모으고 이야기를 하게 하는 정치BAR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위원장 독자들이 재미로 읽다가 정치에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이승희 온라인에 유행하는 기사와 지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사가 다를 수 있다. 관공서,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면으로 읽고 스크랩한다. 그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 평가나 비판이 신문의 중요한 기능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은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성일 네이버 안에서만 놀다가 끝난다. 정치BAR까지 안 들어오게 된다. 이제는 한겨레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백미숙 정치BAR 페이스북 페이지가 따로 있더라. 위원장 집단 전기학적 분석을 해 내년 여름쯤 책으로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행복을 지배하는 엘리트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 개혁의 지점이 어딘지,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나올 것 같다. 잘하면 정책담당자나 관료들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고민해주면 좋겠다. 이승열 뉴스룸 토크와 정치BAR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결하고 압축된 메시지 등 상당히 참신한 접근으로 소프트하고 경쾌하고 재밌다. 신문 전체로 봤을 때 한겨레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젊은 사람들에게 경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 구실을 할 것이다. 이상재 최민희 전 의원을 인터뷰한 ‘비판하던 종편에 왜 출연하냐고요?’(8월3일치) 기사를 보고 이걸 꼭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자의 질문 내용이나 기사 마지막 부분에 비판적인 면이 있지만 변명, 해명을 실어준 느낌을 받았다. 한겨레가 진보 진영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려 하고 자기검열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과감하게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한다. 이승희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과정 등 국민이 잘 모르는 것들을 잘 접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이승열 정치의 여러 사안을 다루면서 언론은 해결 방법과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언론이 한발 앞서 더 높은 가치를 지적해주면 국민이 정치권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홍성일 언론학에서는 가장 상업화된 곳에서 미디어 믹스가 일어난다고 본다. 신문의 경우 정치야말로 가장 상업화되기 쉬운 분야인 것 같다. 정치BAR가 상업적 전략 속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을 보여주기 위해 운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정치BAR의 과제다. 박용현 한겨레가 의도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지적해줘 앞으로 정치BAR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핵심적인 지적은 정치 기사의 재미 측면과 구조적인 문제 이 두가지가 잘 조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것 같다. 한겨레가 정치BAR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그런 점이었다. 앞으로 잘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 홍성일 정치BAR의 디지털 콘텐츠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나열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승열 정치권 출신 인사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정치부 기자들이 받아쓰기 기사에 익숙하고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언가 설명을 해도 그걸 알아듣는 기자가 없더라며 오랫동안 추적, 취재한 과거 기자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많은 신문사들 중 한겨레는 대기자·선임기자 제도를 잘 운영하는 곳 중 하나다. 현장에서 젊은 기자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의 경우 경험있는 기자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고경태 부문장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치BAR를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더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BAR는 작년 말에 디지털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정치부는 대표적인 스트레이트 부서다. 플랫폼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된 것 같다. 농담으로 정치BAR가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까 경찰바, 검찰바 이런 식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얘기했었다. 이번 지면 개편에 정치BAR가 들어왔고, 경찰바, 검찰바가 탄생했다. 그게 ‘밥&법’이다. 디지털과 지면 콘텐츠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틀을 다듬는 시기인 것 같다. 저희가 잘 가다듬어 새롭게 안착하길 바라고 있다. ■ 외면받는 지역정치도 관심을 이상재 한국 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서울 언론에 포착이 안 되는 장면 중 하나가 지역정치 현장이다. 정치BAR가 지역기자와 협의해서 지역현장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위원장 지난 주말에 언론인이 쓴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젊은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우리 세대가 겪은 민주화운동, 우리 정서와 다르지만 젊은이들도 시민의식, 정의감, 도덕의식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 부분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BAR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정리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