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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04 19:26 수정 : 2017.09.04 23:38

<문화방송>에서 라디오 뉴스 프리랜서 앵커를 했던 김경정씨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가 총파업을 시작한 4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파업 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파업 지지’ MBC 프리랜서 앵커 김경정씨

작년 MBC 입사 라디오 뉴스 진행
“체포영장 편향보도 뒤 퇴사 결심
김장겸 사장 옹호한 뉴스 읽기 힘들었다”

<문화방송>에서 라디오 뉴스 프리랜서 앵커를 했던 김경정씨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가 총파업을 시작한 4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파업 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는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다음날인 2일 저녁. 김경정 프리랜서 앵커는 문화방송 라디오 뉴스를 맡았다. 뉴스에는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회사 쪽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만 포함됐다. 파업에 나선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나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치권 목소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4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 앵커는 “김 사장 체포영장 관련한 그 뉴스 원고를 읽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4년 전부터 프리랜서로 방송 일을 하던 그는 지난해 2월 문화방송에 프리랜서 앵커로 입사했다. 이전에 없던 ‘라디오 뉴스 진행자’ 직군이었다. “처음에는 회사 쪽에서 보도의 중심을 잡으려 최소한의 노력은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입사했다”는 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망감이 커졌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등 보도 방향과 질이 기대 이하였다. 김 앵커는 “라디오 뉴스에서 전날 기사를 재탕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 체포영장 뉴스를 진행한 뒤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회사 쪽의 편향적 보도에 항의하고, 문화방송 구성원의 파업을 응원하는 뜻에서다. 그는 이런 내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김 앵커는 파업에 나선 이들이 “모두가 힘을 모으면 금방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파업이 성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공감을 얻는 뉴스가 문화방송에서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퇴사를 결정하고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회사 쪽이 계약기간 중 중도 퇴사할 경우 ‘위약금’을 물릴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해뒀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는 프리랜서 5명도 같은 형태로 회사와 계약했다. 이는 회사 쪽의 부당계약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프리랜서들을 ‘대체인력’으로 보는 시선 탓에 문화방송 일부 구성원에게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회사를 나가면 재취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하는 것을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 앵커는 그럼에도 파업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뉴스 제작 거부·퇴사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리랜서인데 굳이 왜 노조 편을 드냐고 제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리 프리랜서라도 언론인이라면,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끝까지 모른 척한 다음에 다른 곳에서 또 일할 수 있을까요.”

아래는 김 앵커의 성명서 전문.

“저는 프리랜서 라디오 뉴스 진행자 김경정입니다”

2016년 2월부터 MBC에서 ‘라디오 뉴스 진행자’ 6명 중 한 명으로 일해 왔습니다. 아나운서국이 아닌 보도국 소속으로 매 시간 라디오 뉴스를 진행했습니다.아나운서가 하는 일이었지만, 캐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었지만 MBC의 내부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얼굴을 볼 수 없는 라디오뉴스. 3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목소리뿐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좋았습니다.

때로 의미 없는 기사들이 반복되고 말이 안 되는 기사가 나와도 말없이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언젠가 MBC가 정상화되면 “더 나은” 뉴스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번뜩이는,균형 잡힌 공정한 뉴스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존재가 “라디오 뉴스 캐스터”들이지만, 집과 일터, 혹은 차 안에서 우리가 전하는 뉴스를 귀 기울여 듣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직인 저희 라디오 뉴스캐스터들은 회사 일에 어떤 발언권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기대와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행동에 동참할 수 있는 권한이나 의무도 없습니다.

오늘 무너진 공영방송을 되찾겠다며 기자 피디 아나운서를 비롯한 많은 사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저도 더 이상 MBC 라디오 뉴스를 전하지 않겠습니다. 비록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오랜 시간 숱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공정방송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이 MBC를 다시 세우겠다고 떠난 일터에서 모른 척 뉴스를 읽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영혼 없는 꼭두각시가 될 수는 없습니다. MBC가 계약을 해지하면 감수하겠습니다.

당장의 일은 물론이고, 돌아올 가능성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데서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솔직히 불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뉴스를 전하는 진행자로서 ‘양심’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피해를 당해야 했던 많은 MBC 사원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억울하게 상처 입은 마음들이 치유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고되고 위험한 환경을 가리지 않고 밤을 새우며 ‘진실’을 찾아다니는 언론인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MBC가 되기를 바랍니다.

MBC 노조원 여러분, 파업에 승리하여 MBC를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 마봉춘으로 만들어주십시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4일

MBC 라디오 뉴스 진행자 김경정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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