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9 17:15
수정 : 2017.12.29 20:00
|
<한국방송>(KBS) 구성원들이 26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강규형 이사 해임을 위한 밤샘농성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 제공
|
김환주 국장 등 간부 4명 직급 올라
KBS 노조 “고대영 사장 퇴진 때까지 파업”
드라마·예능 파업 잠정중단…복귀 사전준비
강규형 해임에 옛 여권 추천 이사 반발
|
<한국방송>(KBS) 구성원들이 26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강규형 이사 해임을 위한 밤샘농성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 제공
|
‘댓글공작 특종 보도통제 의혹’에 연루된 <한국방송>(KBS) 보도국 간부가 특별 승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한국방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는 김환주 통합뉴스룸 국장 등 국·부장급 간부 네명에게 지난 26일 특별승진을 통지했다. 이들의 사내 직급은 내달 1일부터 2급에서 1급으로 오른다.
특별승진 대상자 가운데 유일한 국장급인 김 국장은 “(이명박 정권 때) 군 사이버사령부 530 심리전단 댓글공작 활동이 청와대에 매일 보고됐다”는 한국방송 취재팀의 특종 보도를 지난 8월 막아 세운 당사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당시 그를 비롯한 보도국장단은 이 보도를 “확실한 물증을 가져와야 한다”며 거부해 논란을 샀다. 그는 “제보자가 특정 후보 대선 캠프 활동을 했기에 보도가 논란에 휩싸였을 때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더 찾아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박종훈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공정방송을 위해 구성원들이 추운 겨울 거리로 나섰는데, 그런 상황에서 특별승진을 단행한다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고대영 사장이 체제 수호자에게 특혜를 주는 행태가 지금까지 보도본부를 망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피디협회도 성명을 내어 “장기 파업 시기에 시행하는 이 유례없는 특별승진은 초등학생 계급장 놀이”라며 “(경영진은)후배들 이간질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고 사장 퇴진 때까지 총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예능, 드라마 피디들은 내달 1일부터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업무 복귀 사전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새노조는 “이제는 고대영 체제를 비호해 온 적폐 이사들이 총파업 투쟁으로 소수로 전락했고, 고 사장의 해임 또한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방송 정상화를 조금씩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새노조는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방송을 위해서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스포츠 부문 조합원들도 올림픽 사전준비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내달 넷째 주까지 고 사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예능·드라마 조합원들도 다시 강도 높은 파업에 나설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방송 옛 여권 추천 이사들은 강규형 이사의 해임에 거세게 반발했다. 5명의 옛 여권 추천 이사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이사회는 참석인원이 재적수의 과반(6명)에 미달해 열리지 못했다.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옛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강 이사 해임을 통해) 한국방송 이사장과 사장까지 해임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고,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며 “대통령에게 엄중히 항의하고 국민에게 분명히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사회를 파행시키기로 전원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