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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2 11:18 수정 : 2018.01.13 01:27

‘미국 방문금지?’ 질문에 안내상 “실제로 그런지는 몰라”

1980년대 연세대 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우 우현(54) 씨, 안내상(54) 씨와 함께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영화 <1987>의 흥행으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사망 등 학생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은 1987년 서울 남영동에서 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대생 고 박종철 열사의 31주기(1월14일)을 앞두고 당시 ‘6월 항쟁’ 선두에 섰던 우상호 의원을 초대했다. 썰전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우상호 의원과 배우 우현 씨의 모습이 나란히 찍힌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에서 영정 사진을 지키고 있는 배우 우현(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가운데). 우상호 의원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에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에서 영정사진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우상호 의원은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같은 학교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 씨가 시위 도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을 때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 우상호 의원은 “(우현 씨가) 사회부장을 해서 집회를 주도했었다”며 “(전두환 대통령이)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을 때 연대생들이 항의를 하기 위해 삭발을 했던 때”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그때 (우현에게) ‘단식을 할래? 삭발을 할래?’ 했는데 우현이 굶는 건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현이 삭발을, 내가 단식을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왼쪽)과 우상호 의원(오른쪽). JTBC 화면 갈무리
진행자인 김구라가 “안내상 씨도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사진에는 없다”고 지적하자 우 의원은 “당시 집회는 총학생회 집행부가 주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는 “안내상 씨는 지하에서 더 과격한 활동을 했다. 우상호 의원이나 나처럼 잡혀가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중요한 인물들은 지하에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의원은 “안내상 씨는 1988년 미국문화원 도서관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 (아마 지금도) 미국을 못 갈 것이다. 한국 블랙리스트엔 없는데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라며 “훗날 안내상, 우현이 내 신혼집에서 함께 지냈다. 그 인연으로 그들과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문식, 이종혁, 이필모 등의 배우들과 나 역시도 친분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 JTBC 화면 갈무리
배우 안내상이 학생운동의 한복판에서 1980년대를 보낸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관련 기사: ‘나의 송곳’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구고신 역, 배우 안내상) 그는 1988년 2월에는 광주 미문화원에 사제폭탄을 설치한 혐의로 구속 수감돼 8개월 동안 복역했다. 출소 뒤에는 1년여 동안 농민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배우 안내상이 실제로 ‘미국을 방문할 수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럴 거 같긴 한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고 답한 바 있다.

‘더는 연기를 안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구고신에 빠져 있다는 배우 안내상씨가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88년 광주 미문화원에 사제폭탄을 설치했다가 검거돼 8개월 동안 복역하다 나왔다. 당시 사건에 대해서 말해달라. 비장하게 신변 정리까지 다 했다던데.

“내가 원래 뭔가에 잘 빠지는 편이야. 어릴 적엔 신앙에 미쳤고, 나중에는 마르크시즘에 미쳤고. 학생운동을 하는데 이건 그냥 해선 안될 거 같은 거야. 죽어야 되지. 그래서 실제로 많이 죽었잖아. 분신도 하고. 그런 걸 보면서 이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결사대를 조직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어. ‘우리 죽을 수도 있다. 최소 무기징역이다. 그래도 가자.’ 지금 생각하면 살벌하지. (웃음) 아무튼 힘 있게 얘기했는데 운동 지도부들이라 결의할 줄 알았는데 대부분 안 하는 거야. 그러다가 몇 명을 모은 거야. 동의한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어. 결국은 다 실패했지만 ‘당신이 산다면 내가 죽겠소’라는 이 사람들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의 사상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에 어떤 것이 들어 있는가를.”

-이 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방문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

“그럴 거 같긴 한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 (웃음) 미국에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취소됐다. 별로 가보고 싶지 않아서 실제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쉽지 않을 듯. (웃음)”

<한겨레> 11월 14일치 인터뷰 기사

2011년 <한국방송>(KBS) ‘승승장구’에 안내상 씨와 우현 씨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두 배우는 연세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옥살이를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안내상 씨는 우현 씨를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친구’라며 “술집도 같이 하고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다. 이 친구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말했다.

<한국방송>(KBS)에 출연한 배우 안내상과 우현. KBS 화면 갈무리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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