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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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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총괄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
“증거 가져오라”며 특종 누락
민주당 도청 사건에도 연루
국정원 금품수수, 보도무마 의혹
한국방송 역대 최장기 파업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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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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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해임제청은) ‘방송독립’과 ‘언론자유’를 짓밟은 폭거로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22일 해임제청안이 의결된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을 해임 제청하겠다는 안건이 한국방송 이사회에 상정되자 장문의 반박문을 냈다. 그가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언급한 가치는 ‘방송독립’과 ‘언론자유’. 고 사장은 그간 한국방송의 ‘방송 독립’과 ‘언론자유’를 얼마나 소중히 여겨온 것일까.
그가 한국방송에서 남긴 지난 9년간의 기록은, 그 물음에 답한다. <한겨레>·<미디어오늘>·<미디어스>·<기자협회보>·<피디저널> 등의 과거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발간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장악백서’,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새노조)가 2015낸 펴낸 ‘고 사장 검증 보고서’, 한국방송 각 직능별 협회의 발표자료 등을 참고해 그가 한국방송에서 지난 9년 간 걸어온 길을 살펴봤다.
△2008년 9월~2008년 12월 : KBS 보도본부 보도총괄팀장 시절
폭행·인사보복 발언 논란
2008년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명분으로 〈미디어 포커스〉가 폐지된 것을 두고 구성원들은 반발했다. 고대영 당시 보도총괄팀장은 11월 7일 보도본부 회의에서 <미디어 포커스> 폐지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을 겨냥해 “유배생활을 시키겠다”는 ‘인사 보복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고대영 팀장이 ‘징계 예고 발언’ 이후 〈미디어포커스〉 폐지를 반대하던 후배 기자를 폭행했다는 구성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2008년 12월~2010년 2월 : 보도본부 보도국장 시절
용산참사 축소·편파 보도
‘고대영 보도국’은 2009년 1월 용산 참사 당시 20여일 동안 왜곡보도를 쏟아냈다.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국방송은 △경찰의 과잉 진압을 축소하고, 시위대의 과격성을 부각 △전국철거민연합의 ‘배후설’을 집중 보도 △반론없이 검찰주장 일방적 인용△철저한 수사와 진압책임자 처벌 여론을 ‘국론분열’로 몰아가기 등 보도 행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용산참사 유족들은 한국방송의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용산참사 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를 채택, 한국방송 보도위원회에 문제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축소·왜곡 보도
한국방송은 2009년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보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고대영 보도국장은 대표적인 추모 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추모 현장의 중계차를 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보도 책임자들이 정권에 불리한 ‘추모 정국’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를 비판하는 노 전 대통령 조문객의 인터뷰가 보도에서 누락된 일도 벌어졌는데, 이 또한 김종율 당시 보도본부장의 지시라는 논란이 일었다. 기자협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책임을 물어 고 국장과 김 본부장에 대해 신임투표를 했다. 2009년 6월 실시한 투표에서 한국방송 보도국 기자은 고 국장을 93%의 압도적 비율로 불신임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지명자 의혹 특종 보도 누락
한국방송은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지명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내정자에 대한 의혹 관련 특종 취재를 끝내고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심에 고대영 보도국장이 있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가 발행한 협회보에 따르면, 한국방송 취재팀은 천 지명자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 2009년 7월 13일 그가 거액을 빌린 사업가 박 씨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구체적 정황을 중복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고 국장은 “증거를 가져오라”며 보도를 거부했다. 기사는 결국 이튿날 저녁에야 보도됐지만, 이날 천 지명자가 사퇴하며 특종은 ‘김 빠진’ 보도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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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 영화 <공범자들> 화면 촬영.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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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2012년 1월 : 보도본부 본부장 시절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의 ‘키맨’
고대영 보도국장은 2011년 1월 보도본부장에 오른다. 그는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며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중심에 섰다. 사건은 2011년 6월 23일 오전 당시 민주당 대표실에서 있었던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관련 비공개회의 내용을 한국방송 쪽이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수해 한나라당에 넘겨줬다는 의혹이다. 비공개 수신료 회의 내용을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에서 ‘녹취록’이라며 공개해 도청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임원회의록을 보면, 고대영 본부장은 2011년 7월 임원회의에서 도청 의혹을 두고 “언젠가 진실이 드러나면 핵탄두다. 회사 불이익과 관련돼 얘기 안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고 본부장이 도청 당사자라는 의혹이 일었던 ㅈ 기자의 휴대전화 교체를 지시했다는 정황도 논란이 됐다. 모두 이 의혹에 고 본부장이 ‘핵심 관련인’이라는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접대 골프 의혹
고대영 보도본부장 접대골프 논란도 2011년 9월 불거졌다. 새노조는 고 본부장을 비롯해 일부 보도본부 국장, 주간, 부장들이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고 본부장이 주말에도 관용차를 타고 나와 골프를 쳤다고 비판했다. 대기업이 제공한 골프·회식 비용은 1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 쪽은 간부들이 대기업 홍보실과 골프친 것을 시인하면서도, 공식업무 협의라고 해명했다. 고 본부장을 비롯해 보도본부 간부들이 대기업 홍보실과 골프를 친 2011년 7월 2일은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었다.
위키리크스 폭로에 등장한 고대영
2011년 9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인해 고대영 보도본부장의 ‘미국 정보원’ 논란이 일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을 보면, 2007년 고대영 보도본부장과 민경욱 <뉴스9> 앵커(현 자유한국당 의원)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낙관하며 미국에 각종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9월19일치 미 대사관발 비밀 전문은 고 본부장을 ‘미 대사관의 잦은 연락선’(frequent Embassy contact)이라고 적었다. 고 본부장의 행동은 ‘한국방송 윤리강령’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리강령에는 ‘한국방송 직원은 본인 또는 취재원·출연자의 개인적인 목적에 영합하는 취재·제작 활동을 하지 않으며, 취재·제작 중에 취득한 정보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만 사용한다’고 돼 있다.
‘불신임 84.4%’ 고대영, 보도본부장 사임
2012년 1월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와 한국방송 노동조합이 실시한 고대영 보도본부장 신임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595명 가운데 84.4%(502명)가 고 보도본부장을 ‘불신임한다’고 했다. 압도적 ‘불신임’을 받은 고 본부장은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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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 투쟁 선포식'을 열어 고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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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018년 1월 : KBS 사장 시절
사드 보도지침 논란
고대영 사장은 한국방송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관련 보도를 지적하며 정부를 옹호하는 ‘보도지침’을 강요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새노조는 “2016년 7월11일 고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한국방송 ‘뉴스해설’에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보도본부와 해설국 차원에서 2명의 해설위원에게 주의를 주고 인사 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이 ‘뉴스해설’ 내용을 문제삼은 뒤, 보도는 정부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 총파업 초래…보복인사 논란
한국방송 기자·피디 1200여명은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8월 말께부터 제작거부에 나섰다. 새노조는 지난해 9월 4일, 1노조는 9월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방송 예능·보도·스포츠·교양 등 전 분야에서 프로그램 결방 등 파행이 이어졌다. 고 사장은 파업·제작거부 참가자에게 보복인사를 냈다는 논란에도 휘말렸다. 새노조는 시민의 제보를 근거로 “본사에서 지역으로 발령받은 국장의 경우 보직을 마치면 다시 본사로 오는 게 관행인데도, ㄱ 전 국장은 광주총국의 평직원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고 사장의 보복 인사”라 지적했다.
국정원서 200만원 받고 보도 무마 정황 발표
지난해 10월 23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09년 5월 국정원 정보관이 당시 보도국장이던 고대영 사장에게 <조선일보>에 나온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정보관이 그 대가로 국정원 예산 200만원을 고 사장에게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새노조는 “한국방송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단신이 작성됐지만, 소속 부서장은 승인하지 않았다”며 국정원의 청탁이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고 사장은 이를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고, 한국방송은 국정원 개혁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KBS, 사상 최초 지상파 재허가 합격점수 미달
지난달 한국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방송1> 646점, <한국방송2> 641점 등으로 모두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한 640점대 점수를 받았다. 한국방송이 재허가 합격점에 미달해 ‘탈락 위기’에 놓인 것은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방송은 공
정성, 공익성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심사위원회의 이번 평가는 지난 재허가 시점이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평가 기간 4년 중 2년 이상이 고 사장 재임 시기에 해당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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