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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30 21:31 수정 : 2005.11.30 23:46

성한표 언론인

미디어전망대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서 같이 싸우겠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남긴 이 말은 자유주의, 특히 언론의 자유를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언론 상황을 보면, 기자들이 볼테르의 신념을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문화방송>이 대중의 몰매를 맞고 있다.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대중의 우상 황우석 교수를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서 건드렸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나도 물론 문화방송이 하필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전날 저녁에 연구원의 난자 기증 문제를 터뜨린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일단 회견을 기다려 보고 그래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면 그 때 가서 이 문제를 다뤄도 늦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의 비난에 대해 문화방송이 이번에는 황 교수 연구 자체의 진실 여부를 ‘PD수첩’에서 파헤친다는 계획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만일 확인된 사실이 아니고, 강한 의혹만 제기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방영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황 교수라는 우리의 재산은 하루 아침에 허물어버릴 수 있지만, 이를 쌓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PD수첩’의 난자 문제 제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문화방송이 이런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다른 신문·방송의 기자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프로그램을 방영한 문화방송에 대한 언어폭력과 위협적 시위, 그리고 ‘PD수첩’의 광고를 끊게 만든 광고주들에 대한 대중의 압력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의 황 교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보좌관의 일방적인 보고를 토대로 “문화방송의 취재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단정한 것이 옳은 태도인가, 그리고 광고주가 계약을 취소한 것은 심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대통령으로 해도 되는 말인가 하는 질문도 던졌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 보도들은 문화방송을 비판하는 시위대와 누리꾼들의 움직임을 중계 방송하듯이 전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흡사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한가롭다고나 할까. 게다가 11월 29일치 <조선일보> 사설은 노 대통령의 주장을 근거로 문화방송의 취재가 정도를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한 사례를 들어보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했어야 함에도 거꾸로 문화방송에게 대통령의 주장을 해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 줄기세포 연구를 힘차게 이끌어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우리 모두의 이 소망을 이루는데 언론도 마땅히 동참해야 한다. 따라서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이 담긴 비판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PD수첩’ 사건에서 언론은 대중의 희망을 꺾어버릴 위험이 있는 사안을 다룰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반면에 대중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적 질서조차 뭉개버릴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언론은 경고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황 교수를 우리의 희망을 넘어 우상으로까지 만든 장본인이 바로 언론 자신이라는 사실을 반성하는 일이다.

성한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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