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되지 않는 프로그램 심의 불가 중징계 내려도 실효성에도 의문
방송위원회가 MBC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사건과 관련해 심의제재를 공언했으나 '2탄'이 방송되지 않아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6일 국회 문화관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송위의 보도교양심의위원회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압취재로 물의를 빚은 'PD수첩' 2탄은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심의만 가능한 보도교양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다루기 어렵고 방송위의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 역시 심의할 수 있는 대상에 강압취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아울러 제재를 하더라도 현행 방송법상 조치할 수 있는 중징계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정정ㆍ중지(재방송 금지) ▲방송편성 책임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명령하는 것이 전부로 이미 MBC가 자체적으로 조치했기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보도교양심의 '1탄'만 대상 = 보도교양심의위는 8일 오후 3시30분 회의를 열어 지난달 22일 방송된 1탄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에 대해서만 공정성 등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방송위의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가 지난주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시청자불만을 접수받아 심의했으나 공정성 여부를 가리기 어려워 보류하고 8일 오후 3시30분에 다시 심의키로 한 것에 비춰보면 공정성 위반 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또 'PD수첩'이 제기한 '난자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고 황우석 교수도 사과한 사안이다. 특히 현재 'PD수첩'이 문제되고 있는 것은 강압취재 등 취재윤리 위반이지만 이와 관련된 2탄은 MBC가 방송을 유보했고 'PD수첩'의 방송 중단을 결정한 상황으로 사후심의만 가능한 보도교양심의위가 이를 다룰 수는 없다. 만일 미국 피츠버그대 파견 연구원의 인터뷰 등이 담겨 있는 2탄이 방송됐다면 방송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1조(인권침해의 제한)를 적용, 제재할 수 있다. 이 규정 21조 4항은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취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강제취재와 답변강요, 유도신문 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다만 심의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진술을 통해 취재윤리를 문제삼거나 1탄만 방송됐지만 취재를 2탄과 분리해서 진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보도교양심의위는 8일 회의에서 당사자의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낼 경우 1주일 뒤인 15일 회의에서 진술을 청취하는 과정을 통해 강제취재를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취재윤리 위반이 시청자불만처리 대상인가 = 보도교양심의위는 방송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심의할 수 없지만 방송위의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는 이와 관계 없이 시청자 불만이 접수되면 관련 내용을 심의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시청자불만처리위는 방송되지 않은 2탄과 관련한 취재윤리 위반 사안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불만처리 등에 관한 규칙 3조에 따르면 불만처리의 대상은 ▲방송프로램ㆍ방송광고 및 편성에 관한 사항 ▲시청자에 대한 방송사업자의 서비스에 관한 사항 ▲수신료 및 유료방송 요금 등에 관한 사항 ▲방송기술 및 난시청에 관한 사항 ▲기타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관련된 사항 등 5가지로 한정된다. 따라서 강제취재와 몰래카메라 등 취재윤리 위반은 규칙에서 열거한 불만처리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불만처리 대상으로 봐서 심의할 것인지 아니면 대상이 아니라서 각하할 것인지는 시청자불만처리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8일 열리는 시청자불만처리위에서는 지난주 회의에서 보류된 1탄의 공정성 위반과 관련해 다시 심의를 거쳐 보도교양심의위에 이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방송위 중징계 실효성 의문 = 방송법상 프로그램 심의와 관련한 중징계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관계자 징계를 명령하거나 재방송을 금지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방송법상 동일한 심의규정을 1년 안에 3차례 위반한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추가로 동일한 규정을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있다. 아울러 MBC는 이미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인사조치에 들어갔으며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했고 7일에는 'PD수첩'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송위가 가능한 중징계 3가지를 모두 부과하더라도 실효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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