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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5 21:38 수정 : 2006.01.25 21:38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디어전망대

자고로 언론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독립성이 요구되었다. 온갖 권력집단이 독립의 일차적 대상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외부세력의 간섭이 약발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를 맞으면서 언론사 내부에서의 독립이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편집 및 편성에 대한 사주나 경영진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제 언론은 여론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론은 언론이 거리를 두고 감시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손수 만들어내고 이끌어나갈 대상 아닌가. 그래서 여론과 무관한 언론은 상상조차하기 힘들다. 이런 마당에 언론의 여론 독립이 거론되다니. 다분히 냉소적이고 역설적이다.

맥락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합리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여론이 정상궤도를 이탈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진원지는 사이버공간이다. 황우석 파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사이버공간은 맹목적 추종과 감정적 배설의 전진기지로 변질했다. 더 이상 소수의 목소리나 이성적 토론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원천 봉쇄된 것이다.

공론 형성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특히 포털저널리즘이 지목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열람하는 이용자는 이미 신문 독자의 수를 넘어섰으며 텔레비전 시청자 규모에 육박한다. 인터넷은 이미 뉴스매체란 의미다. 이 가운데 특징적인 현상은 인터넷 이용시간의 절반 이상이 포털에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위 2개 포털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전체 인터넷 이용시간의 무려 25%에 달한다. 뉴스 소비가 갈수록 포털로 집중되는데 반해 기존 언론사 사이트 성장은 정체 상태에 있다.

부쩍 커진 몸집에 비해 포털이 행사하는 언론 고유의 의제설정과 여론형성 기능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언제 봐도 사회적 현안보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다. 기이하거나 인간적 흥밋거리가 아니면 뉴스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 점잖은 사안도 포털에서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둔갑한다. 클릭 수를 겨냥한 편집방향의 전형인 것이다.

기사 속으로 들어가면 누구든 한마디씩 보탤 수 있다. 댓글을 통해 재기발랄한 시선도 엿볼 수 있지만 비판보다는 비난, 풍자보다는 조롱이나 말장난, 근거 없는 추측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논쟁적 이슈에 대해서는 극단적 사고와 무책임한 발언으로 차이와 갈등을 불필요하게 확산시킨다. 포털은 이를 제어할 방도가 없다.

인터넷, 특히 포털의 급성장으로 여론 환경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방향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쓰레기를 닮아가는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언론은 무용지물로 퇴화할 것이란 자조 섞인 발상이 고개를 든 것이다. 맞는 지적일지언정 개탄만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언론은 여론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여론 독립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여론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언론은 여론형성의 독점적 지위자로 군림하던 과거의 향수부터 잊어야 한다. 인터넷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따라서 포털과 소모적인 시장경쟁을 벌이기보다 한 수 위의 의제와 시각, 의견을 제공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포털저널리즘에도 언론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자기혁신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김재영/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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