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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빈민가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난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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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지구촌공생회 ‘네팔 학교 건립’ 현장 르포
공생회 “교육없인 미래 없다” 학교건립 팔 걷어
나무그늘을 교실삼은 룸비니에 초교 등 8곳 준공
학생들 “새 교실과 도서관 생겨 너무 행복해요”
히말라야의 ‘눈물’, 이젠 닦아요.
지난 23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매캐한 매연을 뚫고 도착한 룸비니. 부처가 태어난 땅인지 평온한 농촌마을 모습이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들판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사람들은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한낮의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과 달리, 2560년전 부처가 출가를 결심한 당시 피폐한 민중들의 삶처럼 눈에 스치는 주민들의 모습은 신산하다. 짚으로 지붕을 얹고 흙으로 담을 친 움막같은 집들이 수두룩하다. 마치 개발성장 시대에 접어들기 전 한국의 60년대 풍경과 흡사하다.
척박한 땅에서 배고픔을 달래야 했던 그때 한국처럼, 이곳 룸비니에서 교육은 가난을 벗어날 탈출구다. 학교는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고, 농촌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쉼터다. 부모에게 자식교육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성공까진 아니어도 삼시세끼 배곯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의 사다리’다.
1인당 국민소득 761달러, 세계 174위의 가난한 나라 네팔의 농촌마을은 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 조금 여유가 있는 집에선 사립학교로 아이를 보내지만, 아직도 나무그늘을 교실로 쓰는 곳이 많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 우기철엔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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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룸비니 분황초등학교 준공식이 지난 23일 열렸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송월주 스님을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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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룸비니 분황초등학교에 도서관이 생겼다. 학생들이 새 책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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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룸비니 송명례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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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천민 아이들 위한 학교 지어 더 뜻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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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룸비니 분황초등학교 건립 기금을 낸 두 명의 후원자들이 학생들로부터 감사 꽃다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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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신두팔촉 학생들이 양철로 된 임시교실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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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북부 신두팔촉 스리타나반장 홍연 공립학교 학생들이 양철로 된 임시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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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너져 뜨겁게 달궈진 양철교실서 찜통수업
마단 타망 “너무 더워 공부할 마음 들지 않아요”
기공식 참석 송월주 스님 “학교 8곳 건립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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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송월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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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타나반장 홍연공립학교 기공식이 지난 25일 열렸다. 지구촌공생회 송월주 이사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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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은 도움 안돼…동반자로 함께 가야죠” 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 활동가들 인터뷰 [%%IMAGE11%%]“왜 해외에 나가서 고생하느냐는 주변의 우려가 있는데 더 큰 보람이 있어요.” 대학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제 발로 네팔 엔지오 활동가로 자원한 김희주(23)씨가 씩씩하게 말했다. “친구들 취직공부하는데 걱정 안되냐고요?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소중하잖아요. 돈 많이 버는 일만을 좇으며 사는 삶은 왠지 불행할 것 같아요.” 지난 2월 함께 온 박문현(24)씨도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온 경우다. “작년에 몽골에 2주동안 해외 봉사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경험 뒤 모르는 게 더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1년 동안 네팔에서 엔지오 활동가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지구촌 공생회 네팔지부엔 4명의 활동가와 현지인 14명이 뛰고 있다. 학교건립 사업을 비롯해 청소년센터에서 한국어와 컴퓨터를 가르치고 여성들의 소득향상과 일자리 마련을 위해 재봉 교육 등을 돕고 있다. 두 친구보다 먼저 네팔에 온 선배인 김명주(26) 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 부지부장은 엔지오 활동가로 일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렸을 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도움을 받고 지냈습니다. 우연히 월드비전 동영상을 봤는데, 그때 사회복지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NGO 활동을 하며 제 마음속에 사명감이 계속 커가는 것을 느낍니다. 친구들도 열정적으로 사는 제 모습을 부러워해요. 네팔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기쁘고요.” 사명감 없이는 넉넉치 않은 급여에 해외생활까지 손쉬운 선택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활동가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김명주씨는 작년 네팔 지진 이후 많은 엔지오 단체가 봉사를 하러 왔는데 부작용도 있었다고 한다. “많은 NGO 단체들이 오지마을까지 들쑤시며 봉사하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 있다가 휑하니 떠나버리면, 주민들은 NGO단체를 돈으로 바라봅니다. 점점 의존적으로 만드는 거죠. 이곳에선 ‘NGO 폐해’라고도 합니다.” 시혜를 베풀 듯 일시적으로 일하다 떠나는 봉사보다 지속가능한 일이 네팔에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박문현씨는 지구촌공생회 지원학교 건립을 위해 마을을 찾아다니며 꼭 주문하는 사항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지원해주면 주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간단한 학교 터 평탄화 작업부터 학교 가는 길을 닦는 등 작은 일이라도 주민들에게 요구합니다.” 학교 건립이 주민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 제공에 더 큰 뜻이 있기 때문이다. 4명의 활동가와 현지인 14명, 교육·재봉사업 등 진행
“한국보다 못 산다고 얕잡아 보지 말고 문화이해 먼저
낯선 땅에서 생활 쉽진 않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있어” 좋아서 선뜻 나섰지만, 낯선 나라에서 사는 불편함이 없을까. 3명 모두 “정전이 제일 힘들다”고 한목소리로 답했다. “겨울엔 14시간, 여름엔 11시간 정전이 됩니다. 밤에 무엇을 하기가 쉽지 않죠.” 네팔은 수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데, 발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정전이 일상화된 나라다. 38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탓에 활동가들 얼굴이 구릿빛으로 변했지만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얼굴에선 활기가 느껴진다. NGO 해외봉사를 꿈꾸는 20대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권했다. “어느 국가가 되든지 그 나라에 대한 문화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는 적응하고 살아야 되니까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왔으면 합니다. 해외봉사 나라들 대부분이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들인데, 그렇다고 너무 얕잡아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청춘들의 도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김명주)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고 우월감을 가지고 불쌍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정심은 그때 상황만 나아질 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박문현) “단기봉사뿐 아니라 1년 정도 장기봉사가 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합니다. 또 장기봉사에 대해 가장 많이 갖는 오해가 사무실에서 실무적인 일만 하는 것으로 아는데,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큰 일입니다.”(김희주) [%%IMAGE12%%]인터뷰 말미에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못 보는 네팔의 장점을 들려줬다. “네팔 사람들 정이 많고,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하루가 내 삶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현실에 충실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이 ‘빨리빨리’에 익숙한 것과 달리 이곳은 훨씬 여유롭습니다. 식당에서 주문하면 30분정도 기다려야 합니다(웃음).”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다와 라마(40) 네팔지부 운영위원장은 학교건립에 힘써준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네팔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학교를 지어주신 후원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송월주 스님이 네팔 지부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신뢰를 보내주셔서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룸비니·신두팔촉(네팔)=글·사진 김용철 기자 yckim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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