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3 20:42
수정 : 2006.08.0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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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선씨가 남편, 아이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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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이의 발자취] 성남 금상초등학교 손희선 영양사
손희선 선생님! 8월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떠난 지 벌써 석달이 지나가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지금 학교급식에서 일어난 식중독 사고로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럴수록 우리들은 더욱 손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입니다. 평소 학교급식 업무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던 ‘완벽주의자’였기에 선생님 생전의 모습이 간절하고 또 안타깝기만 합니다. 손 선생님은 급식 어려움을 마다않고 정말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또 동료, 선후배 영양사들에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늘 권면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그렇게 열심히, 아니 무리해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34살 한창 나이에 그렇듯 허망하게 가실 리가 없지 않습니까?
병원에 입원하던 날,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급식품 안전을 위해 철저한 검수업무를 수행하고, 늘 그렇듯 위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일일이 조리원들 몸을 수색하듯 살폈지요. 그리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그로부터 나흘을 넘기지 못하고 당신은 끝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조리원들에게도 너무나 자애로운 관리자였던 당신을 우리들은 준비도 없이 보내야 했습니다. 영양교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엔 선생님과 야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저는 기뻤습니다. 친언니가 없는 저로서는 친언니처럼 대해주던 선생님이 더욱 좋았지요. 학교영양사로 발령동기이면서 같은 동네에서 산다는 것이 보통 인연이 아니라 여겼습니다.
손희선 선생님! 당신은 아주 건강한 줄 알았습니다. 자신보다 남편과 자식, 그리고 학교 아이들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성격이 급한 줄 알았습니다. 모든 일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마무리하고 앞서 있는 모습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늘 행복한 줄만 알았습니다. 가족들을 너무 사랑하시는 것 같아 정말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떠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학교영양사로서 완벽한 일처리를 하다가 선생님 몸이 많이 상했다는 것을. 급한 성격이 아니라 늘 분주한 생활로 부지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또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그걸 곧 행복으로 여겼다는 것을.
제가 봐 온 선생님은 야무진 성격에 무슨 일이든 항상 열심히 하는 열정을 지닌 이였습니다. 마음은 여려서 남에게는 절대로 피해를 끼치지 못하고 겸손할 줄 아는 착한 이였습니다. 선생님! 사랑하는 가족과 이 세상 미련을 어찌 두고 가셨습니까? 선생님은 영양교사 자격을 가장 먼저 취득한 분 중의 한분이지 않습니까? 이제 학생건강, 국민건강을 위해 중요한 할 일이 더욱 많아졌는데…. 저는 또 어쩌란 말입니까?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는데, 아이들에겐 이모노릇도 하고 싶은데,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말입니다.
얼마 전 선생님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 앞에 분수대, 미끄럼틀, 운동기구 등으로 알차게 꾸며진 작은 놀이터가 생겼습니다. 마땅히 놀 장소가 없던 곳에 이런 멋진 놀이터가 생기니 온 동네 아이와 엄마들이 좋아합니다. 작은 놀이터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보니 딸 민정이와 아들 유빈이를 데리고 ‘미영아 빨리 나와 놀자~’할 것 같은 선생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스승과도 같은 존재, 세상을 사는 지혜를 보여주는 선지자였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한 안식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손희선 선생님! 고이 잠드소서!
이 글은 경기 성남시 금상초등학교 영양사로 근무중 5월17일 별세한 손희선(34) 선생님을 기리며 성남 양영중 김미영(31) 영양사께서 보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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