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23 07:01
수정 : 2010.02.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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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성 폐렴으로 3년째 투병하던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 씨가 23일 오전 2시10분 사망했다. 향년 84세. 사진은 지난해 10월 투병중이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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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룡은 원조였다. 1940년대 중반 악극단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늘 최고였다. 1960년대 티브이 개국과 함께 통용된 코미디언이라는 일반명사는 배삼룡이라는 이름과 동의어였다. 연원을 알수 없는 초등학생들의 개다리춤, 이주일·심형래로 이어지는 엉뚱한 바보 캐릭터 등은 바로 배삼룡의 것이었다.
23일 오전 2시께, 그는 3년간의 투병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향년 84세. 그를 괴롭혀 온 것은 흡인성 폐렴. 한국 코미디의 한 세대가 저무는 순간이었다. 그는 2007년 6월 한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했으며 최근 들어 자가호흡을 하고 가끔 말은 했지만 지인들을 알아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한국 예능의 전설이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시기, 구봉서와 함께 출연한 <웃으면 복이 와요>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배삼룡을 자사의 방송사 프로그램에 섭외하기 위해 문화방송, 한국방송, 동양방송 등 당시의 방송 3사 관계자들이 문화방송에서 녹화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여의도에서 종로 5가까지 뒤쫓은 일화는 당시 그의 인기를 반영하는 전설로 남아 있다. 또한 그의 바보연기는 연기력을 기반으로 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11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온 것은 1980년대. 그가 경영했던 ‘삼룡사와’ 도산 등 사업 실패와 1980년 신군부의 방송출연 정지처분(‘저질 코미디’라는 이유로)을 받아 3년간 미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을 접고 복귀해 문화방송 <웃으면 복이 와요>, <웃는 세상 좋은 세상>, 한국방송 <코미디 하이웨이> 등에 출연하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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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성 폐렴으로 3년째 투병하던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 씨가 23일 오전 2시10분 사망했다. 향년 84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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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07년 6월부터 지병인 흡인성 폐렴으로 서울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12월 병원 쪽에서 특실 입원료 등 밀린 진료비 1억3000여만원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내면서 그의 사정이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달에는 병상에서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의도움으로 핸드 프린팅을 남겼다. 코미디언 이용식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50년동안 후배 중에 배삼룡의 흉내를 내지 않고 코미디언이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며 “1975년 신인 코미디언으로 <부부만세>라는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방송 전 무대에 미리 올라 넘어질 곳, 춤추는 시선까지 계산하셨던 분”이라며 “그런 코미디언의 등장을 다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빈소는 아산병원에 차려졌으며, 유족으로는 아들 동진씨, 딸 경주씨와 주영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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