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권희로씨
|
‘김의 전쟁’ 권희로씨 별세
일본 사회의 재일 한국인 차별에 항거해 일본에서 살인과 납치사건을 일으키고 31년간 복역했던, 영화 <김의 전쟁>의 실제 주인공 권희로(사진)씨가 26일 오전 6시50분께 부산 동래 봉생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향년 82살. 그는 재일동포 2세로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태어나 40살이던 1968년 2월 빚독촉을 하는 야쿠자 2명으로부터 “조센진, 더러운 돼지 새끼”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이들을 총으로 사살했다. 그는 이어 근처 여관에서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88시간 동안 경찰과 무장 대치하다 붙잡혔다. 권씨는 당시 생중계된 텔레비전을 통해 “재일 한국인 차별을 고발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해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8년간 재판 끝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구마모토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중 국내와 재일동포 사회의 꾸준한 구명운동에 힘입어 99년 9월 가석방됐으며, ‘일본에 다시 입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영주 귀국한 뒤 부산에 정착했다. 그의 이야기는 70년 책 <분노는 폭포처럼>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고, 92년엔 영화 <김의 전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한때 의붓아버지의 성을 따 ‘김희로’로 불리기도 했다. 권씨는 열흘 전 자신의 석방운동을 이끌었던 부산 자비사 박삼중 스님에게 “스님 덕분에 형무소에서 죽을 사람이 아버지 나라에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게 됐다”며 “주검을 화장한 뒤 유골의 반은 선친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려주고, 반은 시즈오카현 어머니 묘에 묻어달라”고 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30분. (051)531-7100.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