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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7 19:52 수정 : 2010.08.27 19:52

이윤기씨

‘그리스로마 신화’ 작가 이윤기씨 별세
‘지성 소설’·에세이로도 호평
200여권 번역 ‘한국번역가상’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번역가인 이윤기(사진)씨가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3.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하얀 헬리콥터’로 등단했다. 그러나 1970, 80년대의 그는 출판사 편집자로서 번역에 더 매진해 <장미의 이름> <그리스인 조르바> <양들의 침묵> <변신 이야기> <인간과 상징> 등을 포함해 200권이 넘는 번역서를 내놓으며 ‘최고 번역가’ 자리에 올랐다.

94년 세 권짜리 자전소설 <하늘의 문>을 내며 소설로 돌아온 그는 소설집 <나비 넥타이>, 장편 <만남> <나무가 기도하는 집> 등을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그의 소설은 풍부한 교양과 적절한 유머, 지혜와 교훈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른의 소설’ 또는 ‘지성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제목에서부터 대립적인 성질을 병치시키곤 하는 그의 소설에는 바보 같은 현자가 등장해 대립적인 것들이 사실은 서로 상보적 관계에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그의 소설은 ‘한국적 교양 소설’이라 할 만하다.

고향의 선산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그는 또한 근대적 이성과 자유의 편이기도 했다. <진홍 글씨>라는 소설에서 그는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여성들의 사랑과 투쟁을 옹호했는데, 그런 점에서 또래 작가 이문열씨의 <선택>과 대비되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냈다. 그리스 로마 신화 바람을 일으킨 이 4권은 200만권 정도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또한 ‘이윤기체’라 할 만한 개성적이고 맛깔나는 문체의 에세이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영어 번역으로 일가를 이루었음에도 영어 공용어화 논쟁에서 반대편에 섰으며 일상어에 침투한 외래어의 영향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을 멈추지 않았다.

고인은 동인문학상과 대산문학상을 받았으며, 한국번역가협회가 주는 한국번역가상을 받았고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가 선정한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뽑히기도 했다.

‘과인’(過人)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어 썼던 그는 60년 남짓한 짧은 생애를 열정적이며 압축적으로 살다 갔다.


유족으로는 화가인 부인 권오순씨와 아들 가람·번역가인 딸 다희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5시30분이다. 유해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고인의 작업실 밤나무 아래에 묻힐 예정이다. (02)3410-6901.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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