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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07 09:06 수정 : 2011.01.07 09:06

최덕원 전 순천대 총장

[가신이의 발자취] 최덕원 전 순천대 총장

온 나라가 흰 눈에 뒤덮인 날 청석 최덕원 선생께서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대학원 강의를 열정적으로 하시고, 연기된 종강 기념 특강은 다시 날 잡아 해주시마고 약속하셨는데 너무 갑작스럽고 황망합니다.

선생님은 해양민속학의 선구자셨습니다. 요즘에는 ‘해양문화’라는 말이 일반화됐지만, 선생께서 섬에 다니시던 1960년대에는 교통이 불편하고 고된 일이어서 아무도 섬 답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섬이 무궁무진한 보고라고 역설하시면서 아무도 가지 않던 뱃길을 열어놓으셨습니다. 섬과 바다의 문화적 의미를 일찍이 설파하신 것은 목포해양대에 봉직하셨던 인연 덕분이라고 하셨지만, 나중에 순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와 총장까지 역임하시고도 일관되게 다도해의 섬과 남도 곳곳을 다니시면서 민속 연구를 하셨으니, 선각자의 행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선생님의 책 <다도해의 당제>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나오지 않을 명저입니다.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을 찾아다니면서 불편을 마다하지 않고 며칠씩 주민들과 숙식을 함께하시면서 녹음하고 찍어온 자료들이 그 책에 오롯이 수록돼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학계에 소개하셨습니다. 우이도의 홍어 장수 문순득의 표류기를 200년 만에 세상에 알린 것도 선생님의 업적입니다. 문순득의 ‘표해록’은 학자들의 논문에서 의미 있게 다뤄지고 있고 다큐멘터리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작년 연말에는 목포에서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선생께서는 ‘가거도 멸치잡이소리’, ‘장산도 들노래’, ‘순천 삼설양굿’ 등을 발굴해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기여하셨습니다. 선생님이 남기신 <한국구비문학대계>, <남도민속고>, <남도의 민속문화> 등은 후학들이 꼭 읽어야 할 저작으로 꼽힙니다.

선생님은 민속학자이자 시인이셨습니다. 시집 <강강술래>와 <풍각쟁이> 속의 절창들은 민속의 향기를 시로 승화시킨 민속시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청석 선생님은 살아서는 민속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셨지만 이제는 당신 스스로 나침반과 등대가 되셨습니다. 후학들이 이제 그 뱃길 따라 소중한 뜻을 키워가겠습니다. 영면하십시오.

이경엽 목포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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