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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5 20:14 수정 : 2011.08.15 20:14

원로국악인 백대웅 한예종 명예교수

가신이의 발자취 원로국악인 백대웅 한예종 명예교수

전통이 현대를 만나 입맞춤하다 보면 보다 새로운 전통이 잉태될 것이고, 다시 오늘의 전통은 미래로 아름답게 스며들기를 거듭하는, 그 풋풋한 꿈으로 빽빽이 채워진 우리 시대의 음악가, 백대웅, 아! 어쩌랴. 그 ‘키 큰 나무 숲’을 더는 만나 볼 수 없다.

수다 떨며 그 숲을 거닐던 청춘들아! 이제 너희들 힘으로 가야한다. 큰 물결 너울지는 강을 만나거든 스스로 노를 감아야 한다. 여린 손바닥에 굳은살 두터이 덧입혀 진들, 어쩌랴. 너의 야윈 손을 잡아 줄 스승은 더 이상 없구나. 그이가 그랬 듯이, 끝을 알 수 없는 검불 숲은 맨 손으로 헤치고 가야 하고, 메마른 들판을 만나면 불을 놓고 가야 한다. 욕망의 칡넝쿨이 네 발목을 휘감거든 난도질 주저하지 말고 가야 한다. 태산처럼 등 뒤에서 호령쳐 줄 이, 너희들의 스승 백대웅은 더 이상 없다.

널브러진 나약함을 탓 할 거친 욕설도 더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생존과 욕망을 위한 추태를 단 칼로 그어버릴 서릿발도 더는 만나 볼 수 없다. 빨리빨리 따라 오라고 재촉하는 채근도, 밥만 먹고 똥만 싸는 놈이라 혼찌검 당할 일도, 더는 없다. 허니, 주저앉고 싶거든 잠시 숨을 고르거라.

그러나 결코 뒤를 돌아보지는 말지니, 잠시 머무를 지언 정, 거꾸로 가지는 말라.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출발지점 일 때 살아있는 전통일 수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하라. 생존을 위한 빌미로서의 전통이 아닌, 전통을 위한 조건으로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라. 책 속에 풀이 죽어 있는 전통이 아닌 음악과 음악으로 이어져 생동하는 전통 위에 두발을 굳게 딛으라. 새로운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를 주저하지 말되 오래된 것에서 그 길을 찾으라. 기득권을 지키려 제 논에 물을 대는 거짓의 논리와 엄격히 단절되기를 거듭하라. 신비스러운 금단의 범주로 전통을 가두는 일을 더는 거듭하지 말라. 동시대의 보편적 공감의 언어로 전환되는 전통을 꿈꾸라. 스승 백대웅이 온 몸으로 써 내려간 이 테제, 바로 여기에 두 발을 튼튼히 세울지라. 그것이 너희들의 희망이다. 미래의 한국음악이 기꺼이 제 몸을 허락할 희열의 연원이다.

하여 나의 벗 백대웅을 더는 부르지 말라. 숨 막힐 듯 옥죄여 오는 암울한 전통음악의 미래를 방치하여 나의 벗이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없게 하라. 빈 오선지 앞에 두고 긴 밤을 하얗게 새우지 않게 하라. 참으로 오랜만에, 어쩌면 한 평생 처음으로 안온의 쉼을 얻은 나의 벗 백대웅을 두 번 다시 그 외롭고 고단한 일상 한복판으로 끌어 들이지 말라.

다만 백대웅의 그 혜안을 가져라. 흔들림 없는 그 열정을 몽땅 가져라. 전통음악의 미래가 아름답게 기억할 만한 인생이 백대웅의 것이었음을, 너희들의 인생을 빽빽이 채워 증거하라. 이젠 너희들이 숲이다. 키 큰 나무숲이다.

서연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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