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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7 20:02 수정 : 2013.02.27 20:02

가신이의 발자취
민중미술가 여운 선생 영전에

마을에 연기 나네

- 이승철 시인

초가삼간 옆구리에 솟구치던 속절없는 연기였다
그럴 때마다 부뚜막엔 아침밥이 끓지 않고 있었다
그 돌담 아래 누가 뼈마디 부딪혀 속삭여 울었던가
허망한 전봇대 곁 가늘게 울부짖던 휘파람 소리들
휴전선 끝자락에 맺히던 통곡소리가 허공 속으로
남녘 명자꽃잎처럼 아, 붉디붉게 다가와 사라져갔다.

거리에 조등이 켜졌건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한다
어허, 이럴 수가! 분단된 밤안개가 인사동을 떠나간다
산다는 건 두만강가 저 눈발 되어 허위허위 어디론가
적셔지려고, 저렇듯 끝내 휘황하게 반짝이다 갈 뿐인가
당신을 내 살 밖으로 떠나보내고, 어찌 살라는 당부인가.

살과 뼈를 바쳤건만 뻣뻣하게 울부짖는 분단된 조국 산하
그래 하하핫 무너지고 싶다던 육신을 떨쳐내고, 당신은
산당화 눈매 하나로 새빨갛게 예서제서 피어나고 있는가
헝클어진 이승 한복판이 오늘따라 무진장 껄쩍지근했을 뿐!
그날 우리는 목탄화 꽃등불 아래 온종일 부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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