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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7 16:06 수정 : 2014.01.17 20:52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세차례 해직·4년6개월 옥고
‘한-일 회담’ 반대 현장에서 항의문 작성해 낭독한 일화도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원로 행정학자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1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1927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고려대 법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3·1 민주구국선언, 와이애이치(YH)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고려대 교수직에서 세차례 해직당하고 모두 4년6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1965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 과정에서 군인들이 고대 교정에 난입했을 때 항의문을 작성해 현장에서 낭독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87년 친일파이자 전두환 정권의 국정 자문위원을 지낸 유진오 전 총장의 빈소가 교정에 차려진 것과 관련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2008년 자서전에서 “유진오 총장에 대한 평가가 전두환의 국정을 자문한 사람이라기보다 일제 때 학병 출정을 독려한 친일파라는 것으로 바뀐 듯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독재자의 국정을 자문한 것을 더 나쁘게 생각한다. 거듭 말해서, 나는 깨지도록 허용해서는 안 될 최소를 고집하는 최소주의자이다”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했던 경험 속에서 원효·율곡·함석헌·김구의 사상을 행정학적으로 풀어낸 ‘협력형 통치’라는 개념을 주창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어떤 말이 필요할 때, 그 한 마디를 용기를 내어 벌벌 떨면서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자서전의 제목인 <겁 많은 자의 용기>는 한완상 전 부총리가 지었다. 1992년 고려대 명예교수로 은퇴한 뒤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 이사장, 함석헌 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30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 10시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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