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4.02 23:34
수정 : 2015.04.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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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녀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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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권번의 마지막 예인이자 ‘전설의 춤사위’로 이름난 민살풀이춤의 명인 조갑녀(사진)씨가 1일 오후 4시42분 별세했다. 향년 92.
고인은 1931년 ‘제1회 춘향제’ 때 9살 예기(藝妓)로 광한루원 앞에서 화무를 선보인데 이어 41년 ‘제11회 춘향제’까지 해마다 화무, 승무, 민살풀이를 추며 ‘춤은 조갑녀’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 23년 남원 권번의 악기 선생이었던 부친 조기환씨의 다섯 딸 가운데 맏이로 태어난 그는 권번 최고의 예기였던 고모 조기화씨를 이어 7살부터 예기가 됐다. 나라가 망하자 곡성 옥과로 낙향해 있던 이장선 명인(1866~1939)의 눈에 띄어 승무 등을 사사받는 등 일제 치하 내내 우리 춤과 판소리, 시·서·화, 사서삼경을 공부하며 전통을 익혔다. 하지만 그는 42년 전라도의 세번째 부자로 꼽히던 한성물산의 며느리가 된 뒤 12남매의 어머니로 30년간 자신을 숨기며 살았다.
71년 광한루원의 수중누각인 완월정 낙성식 때 민살풀이를 선보이며 예술혼을 되찾은 그는 76년 춘향제 무대에도 다시 올랐다. 97년부터는 여섯째 딸 정명희·막내딸 경희씨에게 춤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어머니 모르게 춤을 배웠던 두 딸은 전통무용 아카데미와 민살풀이춤 전수관, 무용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께 남원에서 새벽 운동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는 그는 예기 전통의 복원을 위해 민살풀이의 전승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문오·영효·승효씨와 문의·문순·정현·덕인·명희(한국국제예술원 교수)·경희(전주예중 무용부장)씨가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이며 발인은 3일 오전 5시30분이다. (02)2030-790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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